중국 선양(瀋陽)의 일본 총영사관에 진입을 기도하다 중국 경찰에 연행된 뒤 우여곡절 끝에 서울에 온 탈북자 김한미양(2)의 가족 5명이 당초 미국 망명을 원했던 사실을 미국은 몰랐을까, 아니면 알고도 외면한 것일까.
이들의 망명을 도운 미국 디펜스포럼파운데이션의 수전 숄티 회장과 재미교포 남신우씨는 23일 “한미양 가족이 미국 망명을 원한다는 사실을 8일 국무부에 통보했다”고 말해 전날 국무부가 이들로부터 미국 망명요청을 받은 적이 없다고 밝힌 것을 반박했다.
숄티 회장은 이날 샘 브라운백 상원의원(공화·캔자스주)과 에드 로이스 하원의원(한미의원협회 미국 측 대표) 등이 상원에서 가진 기자회견에 나와 “한미양 가족이 선양의 일본 총영사관에서 연행된 직후인 8일 이들이 미국망명을 원하고 있다는 내용의 서한을 폴라 도브리안스키 국무부 국제담당 차관에게 팩스로 보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국무부는 이에 대해 ‘그 문제를 처리 중(We are working at it)’이라는 내용의 회신을 보내왔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이 한미양 가족의 미 망명 요청 사실을 몰랐다는 워싱턴포스트 23일자 기사를 보고 국무부에 항의했더니 국무부는 선양의 미 총영사관 직원들이 직접 한미양 가족을 만나 망명의사를 확인한 것은 아니었다는 뜻이었다고 해명했다”며 “탈북자들에게 그처럼 절차를 갖춘 망명신청을 요구하는 것은 무리”라고 비판했다.
이에 앞서 필립 리커 국무부 대변인은 22일 정례 브리핑에서 “미국은 한미양 가족의 미국 정착에 관한 요구를 받은 바 없다”고 말했었다. 숄티 회장은 23일 회견에서 “한미양 가족이 당초 희망했던 대로 미국에 망명할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하겠다”고 밝혔고 브라운백 의원 등도 이를 지지하겠다고 말했다.
브라운백 의원과 로이스 의원 등은 또 중국 정부가 탈북자를 북한에 강제로 송환하는 것을 비판하고, 이를 중단할 것과 유엔난민보호협약 등에 따라 탈북자를 보호할 것을 촉구했다. 이들은 20일 에드워드 케네디 상원의원 등과 함께 제출한 탈북자 강제송환 중지 촉구 결의안을 상 하원에서 신속히, 만장일치로 의결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 eligi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