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에는 ‘비만 탈출’ 도전자 10명이 강북삼성병원, 서울대병원, 서울아산병원, 성모병원, 일산백병원 등 5개 병원 비만클리닉으로 흩어져 비만 원인을 찾았다.
이들은 체질량 검사, 운동 능력 검사 등을 하고 설문에 응답하며 식사 습관, 운동량, 유전적 요인 등을 점검받았다.
남성 도전자 5명은 모두 우리나라 30, 40대에게 나타나는 보편적 현상인 ‘전역(轉役) 증후군’이 있었다.
이들은 군대 시절 지속적 훈련, 규칙적 식사, 적당한 긴장감 속에서 지내면서 건강 체중을 유지하다가 제대 후 활동량은 점점 줄고 잦은 회식, 과다한 업무 등으로 인해 살이 불게 됐다. 특히 하루 종일 컴퓨터 앞에 있고 야근하면서 라면 피자 등으로 밤참을 먹거나 소주와 고기로 시작되는 회식 문화 때문에 배가 점점 나왔다.
원용석씨(40)는 유전적 요인도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부모 모두 배가 나왔으며 부친은 당뇨병이 있었다. 원씨는 혈당 검사 결과 당뇨병 직전인 ‘내당능장애’인 것으로 나왔다. 일반적으로 부모 모두 비만일 때에는 자녀가 비만일 확률이 80%, 한쪽이 비만일 때에는 40%이지만 부모 중 누구도 비만이 아니면 자녀의 비만 확률은 7%에 불과하다. 원씨는 게다가 원래 활동량이 많은 일을 하다가 최근 사무직으로 옮기면서 최근 8㎏이나 불었다.
주부 용혜정씨(41)는 처녀 때 43∼45㎏밖에 나가지 않았지만 지금은 70㎏을 훨씬 넘고 있다. 용씨는 식욕을 억제하기가 힘들어 다이어트를 반복하면서 체중이 오르락내리락하는 ‘요요현상’에 빠졌다.
신옥주씨(43·여)는 아침은 먹지 않고 평소 빵과 우유를 곁들여 간식을 즐겨 먹었다. 빵과 과자의 열량이 상당하므로 규칙적으로 식사하면서 반찬을 골고루 먹고 대신 간식을 줄여야 한다.
이수진씨(30·여)는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체중이 불었다.당시 지방으로 전학간 뒤 친구를 사귀지 못해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살이 쪘다. 또 고교 때 자취생활을 하면서 편식 폭식이 습관화돼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어릴적 비만은 어른 비만 못지 않게 해롭다. 어른은 지방세포가 커지면서 살이 찌는데 어릴적에는 지방세포의 수가 늘면서 커지기 때문에 치료가 어렵고 치료 뒤에도 곧바로 살이 다시 찌곤 한다. 아이들은 이전보다 덜 뛰어놀면서 선행학습이다 예능 과외 등에 시달리기 때문에 살이 찔 수 밖에 없다. 게다가 피자 떡볶이 튀김 탄산음료 등 ‘비만의 친구’들은 또 얼마나 많은가. 청소년 때에는 공부 스트레스 속에서 시간이 쫓기겠지만 되도록 많이 걸어다니고 엘리베이터보다는 계단을 이용하는 등의 방법으로 제몸 관리를 해야 한다.
10명 모두 비만의 전형적인 원인을 갖고 있었다. 원인을 알면 치료가 가능하다는 말이다. 그러나 비만 치유는 뻔히 아는 것을 실천에 옮기기가 힘들다. 도전자들은 이를 깨물었다. 이들은 배용준 전지현 박지윤 같은 몸매를 갖기를 기대하지도, 바라지도 않는다. 단지 체중 부담감에서 벗어나고 싶을 뿐이다. 이들 도전자가 몸에 부담을 주는 살을 빼서 건강을 되찾고 가족들에게 웃음을 주기를 바란다.
박혜순(울산대 의대 서울아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