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키히토 일본 천황(왼쪽) 부처가 일본 대표팀과 스웨덴 대표팀과의 평가전을 관람한 뒤 일본선수들과 환담하고 있다.
25일 오후 5시 일본 도쿄 센다가야역. 전철 문이 열리자 일본 축구 대표팀의 푸른색 유니폼을 입은 사람들이 쏟아지듯 우루루 빠져나왔다. 오후 7시20분부터 시작되는 일본과 스웨덴의 축구 평가전을 관전하기 위해 인근 도쿄 국립경기장으로 향하는 인파였다.
희끗희끗 샌 머리의 중년 신사, 아버지의 손을 잡고 종종 걸음을 옮기는 어린 아이, 주변의 잰 걸음에도 아랑곳 않고 팔짱을 낀 채 느긋하게 걷는 연인들까지. 면면은 저마다 달랐지만 이들 대부분은 파란색 셔츠를 입고 있었다.
경기 시작을 2시간 가량 남긴 도쿄 국립경기장 관중석은 이렇게 푸른 물결로 뒤덮였다.
일본은 이날 평가전을 월드컵의 마지막 리허설로 삼았다. 월드컵 전 일본이 갖는 마지막 경기인데다 외국 기자들이 많이 몰리고, 천황부처까지 경기를 참관하는 점을 감안, 보안과 경비, 안내 등을 ‘월드컵 수준’에 맞췄다. 경찰차 20대가 진을 쳤고 1800여명의 경비 요원들이 경기장은 물론 주변 거리에 배치돼 경비에 총력을 기울였다. 관중들이 가져온 캔,병 음료는 모두 입구에서 종이컵에 따라 들어가도록 했다. 안내 요원들의 교육도 잘 돼 있는 편이었고, 경기가 끝난 뒤에는 외지에서 온 관람객의 편의를 고려해 “어느 어느 역으로 가려면 어느쪽으로 걸어가라”며 메가폰으로 알려주는 진행 요원도 적소에 있었다. 큰 혼잡없이 끝난 월드컵의 리허설은 외국인이 보기에도 대체로 만족스러운 편이었다. 여기에 덧붙여진 것이 바로 이 관중의 ‘푸른색 응원’.
운영에서 응원까지는 무리없이 흘러갔던데 비해 일본 대표팀의 ‘경기력’은 이에 미치지 못하는 것 같아 아쉬움을 남겼다. ‘북구의 강호’ 스웨덴과 1-1로 대등한 경기를 펼쳤다고 자위하는 쪽도 있었지만 일본이 이렇다할 찬스를 얻지 못하고 상대의 자살골로 겨우 비겼다고 하는 비판론도 나왔다. 일본 축구팬의 입장이라면 적어도 ‘모든 준비’가 다 된 것은 아니었다.
도쿄〓주성원기자 s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