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개막을 눈앞에 두고 다른 대표팀들이 훈련에 열중하고 있는데 반해 미국대표팀은 상대적으로 느긋한 분위기. 미국팀은 26일 미사리축구장에서 오전 10시부터 1시간30분간 간단히 몸을 푼 뒤 미니게임을 하는 것으로 입국 3일째 훈련을 마쳤다. 30여분간 공개된 이 날 훈련에서 미국팀은 조깅할 때 동료들과 잡담을 하면서 앞서거니 뒤서거니 줄도 없이 뛰었고 미니게임에 앞서 코치가 지시를 내릴 때에도 일부 선수들은 딴전을 피우기 일쑤였다. 전 날에 이어 이날도 오후 훈련은 없고 선수들에게는 자유 시간이 주어져 입국한지 만 이틀이 지났지만 훈련시간은 모두 합해봐야 3시간 정도.
미국팀 언론 담당관인 마이클 캐머맨씨는 ”현지 적응을 위해 앞으로도 며칠간은 오전에 간단한 훈련만 있고 오후 시간은 자유 시간으로 줄 것”이라며 ”다소 느슨하게 보일 수도 있지만 이것이 미국팀의 훈련 스타일이다”고 말했다.
월드컵 개막을 닷새 앞둔 26일 일본 각지에서는 24개국 선수단이 각기 결전에 대비해 컨디션 조절에 열을 올렸다. 도쿄타워는 일본 대표팀 메인 컬러인 청색 불을 밝혔으며 일본의 항공사와 철도회사는 관광객을 위해 요금을 특별인하하는 등 월드컵 분위기 띄우기에 한창이다. 월드컵대회에 관련된 일본의 이모 저모를 종합했다.
▼베컴 환영속 일본 도착▼
○…잉글랜드 대표팀의 최고 스타인 데이비드 베컴이 25일 오후 간사이 공항 통해 일본에 입국, 700여명의 팬으로부터 열렬한 환영을 받았다. 짙은 감색 정장을 한 베컴은 40여명의 영국 선수단과 함께 스벤 고란 에릭슨 감독의 인솔아래 도착, 뛰어난 실력 못지 않게 뒷머리를 말갈기처럼 세운 독특한 헤어스타일로 일본 언론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는 이날 별도의 회견은 갖지 않은 채 미소를 띄며 고베시로 향하는 차에 몸을 실었다. 한국에서 전세기편으로 영국팀이 도착함으로써 일본에는 24개국(일본 포함) 선수단이 모두 훈련 캠프 설치를 완료.
▼일본팀 내일까지 일시해산▼
○…전날 스웨덴과의 최종평가전을 1대1로 비긴 일본 대표팀은 이날 훈련캠프가 차려진 시즈오카현 후쿠로이시 숙소에서 가족과 바비큐 파티를 즐긴 뒤 일시 해산. 일본팀은 28일 밤 재소집되며 개막 직전 시즈오카산업대와 최종 연습경기를 가질 예정. 6월3일에는 사이타마로 이동해 훈련을 하면서 4일 벨기에와의 첫 시합을 준비할 계획.
당초 예정보다 4일 늦은 24일 오전 3시 카메룬 팀이 각국 대표팀 가운데 꼴찌로 도착. 오이타현으로써 일본내에는 모두 24개국 대표팀이 월드컵 개막을 앞두고 컨디션 조절에 열중.
○…일본의 항공사는 25일부터 외국인 관광객의 국내선 편도 항공료를 어느 곳에 가더라도 6800엔(편도, 약 7만원)으로 일제히 인하. 이같은 특별우대조치는 월드컵기간중 경기 관람을 위해서 개최지를 찾는 축구팬 외에도 일반 관광객을 적극 유치하여 개최지의 관광수입을 늘리기 위한 것. 또 국철인 JR은 28일부터 5일간 마음대로 이용할 수 있는 2만2000엔짜리 특별패스를 판매할 계획이며 별도로 표를 구입하지 않고도 패스를 보여주면 그냥 탑승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최대한 편의를 도모하기로.
○…일본에 캠프를 차린 팀 가운데 일부는 전자제품이나 최신휴대전화기 등 쇼핑에 열을 올리는 모습. 가나가와현에 캠프를 차린 나이지리아팀 선수 가운데에는 쇼핑에 나서 30만엔짜리 전자제품을 구입했으며 나이지리아 사람이 경영하는 술집에서 파티를 여는 등 자유분방한 모습. 돗도리현의 에쿠아도르 선수단은 틈을 지역 축제에 참가. 또 와카야마현의 덴마크팀은 연습장면을 공개하면서 “팬들을 위해 공개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느냐”고 개방적인 태도를 보였으며 연습 시간 도중에 일본 어린이를 위해 소년축구교실을 여는 등 민간외교 에 한몫.
▼영-아르헨전 대비 경찰비상▼
○…우승후보로 꼽히는 영국과 아르헨티나팀이 6월 7일 예선에서 대결하는 빅카드 게임이 열리는 삿포로시는 흥분과 기대 속에 행여 열광적인 양국 응원단이 충돌하는 사태가 발생할 것에 대비해 안전을 대폭 강화. 시는 충돌사태를 초기에 강력히 제압하기 위해 현역 경찰관 상당수를 월드컵 경비 업무에 동원하고 빈 자리는 전직 경찰관 모임인 경우회 회원들을 특별 교육을 시킨 다음 일선 파출소 등지에 배치하고 있다고.
○…프랑스대표팀이 25일 입국한 뒤 숙소인 서울 쉐라톤워커힐호텔 별관(더글라스관)에 ‘홈시어터’를 차렸다. 선수단은 프랑스영화와 액션물 등 DVD 400여장을 가져왔으며 각자 읽을 책과 잡지도 가져왔다. 호텔측은 대형 TV와 DVD플레이어, 음향장비 등으로 시어터룸을 꾸며줬다. 호텔측은 선수들의 무료함을 달래주기 위해 카지노장과 골프연습장, 휘트니스센
터도 개방해놓고 있다고 말했다. 호텔측은 또한 28일 낮 본관에서 ‘프랑스팀 월드컵 2연패 기원 킥오프’행사를 열기로 했다. 시축은 슈퍼스타 지네딘 지단이나 주장 마르셀 드사이가 맡게 되며, 프랑수아 데스쿠에트 주한 프랑스대사 등이 참석할 예정이다. 한편 프랑스팀 일부 선수의 부인들이 28일 서울에 도착할 것으로 알려졌다.
▼아르헨, 선수가 주장 뽑아▼
○…우승후보 아르헨티나가 선수들에게 직접 주장을 뽑도록 할 방침이어서 눈길을 모으고 있다. 아르헨티나팀의 마르셀로 비엘사 감독은 종전에도 주장 선출을 선수들에게 맡겨왔고 이번 대회에서도 자신의 방침을 계속 고수할 것이라고 26일 밝혔다. 이에따라 아르헨티나 대표팀 선수단은 6월2일 나이지리아와의 첫 경기가 시작되기 전에 모임을 갖고 대회 기간 선수들을 이끌 주장을 뽑기로 했다.
현재까지 주장으로 선출될 가능성이 가장 큰 선수는 월드컵 지역 예선에서 주장을 맡아 지도력을 검증 받은 수비수인 로베르토 아얄라(발렌시아). 아얄라는 지역 예선에서 개성이 강한 선수들과 코칭스태프의 다리 역할을 무난하게 수행했고 선수들의 화합을 이끌어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도쿄〓조헌주기자 hans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