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극성 응원단 5인방’이 ‘브라질의 승리’를 장담하고 있다. 사진=울산 금동근기자
“오 레오레오레오레∼, 브라질∼, 브라질∼”
브라질 대표팀이 숙소인 울산 현대호텔에 도착한 26일 저녁. 호텔 입구에서 목이 터져라 브라질팀을 응원하는 이방인들에게 시선이 집중됐다. 1시간이 넘게 응원을 펼친 이들은 생업도 포기하고 일찌감치 바다를 건너온 브라질 팬들. 가슴에는 한글로 새겨진 명찰을 각각 달고 있었다.
브라질 포르토알레그레시에서 피자가게를 운영하는 클로비스 페르난데스씨(47)와 그의 아들 프랭크(23), 형인 알렉산드레(48), 친구인 의사 우바이아라 비에이라(39)와 사업가 데오마르 알베스(58) 등 5명으로 구성된 이 응원단의 극성은 상상을 초월한다. 12일 입국해 13일 울산에 도착한 이들은 울산 시내 20평짜리 아파트를 통째로 빌려 지내고 있다. 대표팀이 ‘훈련 캠프’를 차린 곳에 ‘응원 캠프’를 차린 셈.
서울에서 빌려타고온 승합차에는 브라질 국기를 비롯해 각종 응원구호가 덕지덕지 붙어있다. 한글로 쓰여진 ‘우리는 브라질 팬입니다’라는 글도 부착돼있었다.
대회 개막전까지 이들이 가장 역점을 두는 것은 자신들이 운영하는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한국 소식을 자국민들에게 알리는 일. 페르난데스씨는 “브라질 응원단 중에 가장 먼저 월드컵 개최지에 도착하는 것이 우리의 임무”라고 설명했다. 미리 도착해서 현지 소식과 뒤이어 올 응원단에게 필요한 사항을 알려주는 역할을 한다는 것. 보수를 받으면서 하는 일이 아니며 순전히 자신들의 자비를 털어서하는 일이라고 페르난데스씨는 덧붙였다.
페르난데스씨가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 때 제일 먼저 이 일을 시작한 뒤로 미국, 프랑스 월드컵 등을 거치며 현재의 5명으로 인원이 늘어났다.
“장기간 생업도 포기하고 응원가는 것을 아내들이 쉽게 허락을 해주는가”라고 묻자 이들은 두고두고 잊지못할 ‘명언’을 남겼다.
“아내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허락해주면 월드컵에 갔다가 다시 돌아올테고, 만약 허락해주지 않는다면 월드컵에 갔다가 안 돌아올거라고 말하는 거죠.” 월드컵 응원을 위해선 ‘이혼’도 불사하겠다는 얘기였다.
이미 서울 수원 대전 울산의 경기장을 돌아봤다는 이들은 “경기장을 포함해 통역 숙박 등 대회 준비 상황이 역대 어느 월드컵에 못지않게 훌륭하다”고 평가했다. 파전과 소주를 싸들고와 권하는 아파트 주민들을 비롯해 한국인들의 친절한 태도에도 감명을 받았다고.
프랭크는 브라질 팀의 예상 성적을 묻자 “호나우두 히바우두 호나우딩요 등 ‘3R’이 제 역량만 발휘하면 천하무적”이라면서도 “월드컵은 늘 의외의 결과가 있기 마련이므로 아프리카나 아시아 팀이 우승할지도 모른다”고 대답했다.
이들은 브라질의 경기가 열리는 서귀포 수원 등을 거쳐 16강에 오르면 일본으로 떠날 예정이다.
“월드컵은 우리들 인생에 있어서 4년만에 한 번씩 찾아오는 두 달간의 ‘장기 휴가’입니다.”
울산〓금동근기자 go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