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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지급 늦추고 급여액도 크게 줄여야”

입력 | 2002-05-28 17:13:00


세계에서 유례없이 빠르게 고령화(高齡化)가 진행되고 있는 한국이 경제 성장을 지속하려면 국민연금의 지급시기를 늦추고 연금급여액을 낮추는 등 개혁적인 사회보장제도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8일 재정경제부 보건복지부 노동부 장관과 경제4단체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국민경제자문회의에서 ‘고령화의 경제적 영향과 대책’ 이란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제안했다.

그러나 KDI가 제시한 고령화 대책은 국민연금 수급시기 조정 등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민감한 사안이 많아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내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평균수명은 늘어나지만〓한국은 65세 이상의 고령인구가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7%인 노령화사회에서 14%가 넘는 고령사회로 진입하는 데 불과 19년 걸릴 것으로 보고서는 예상했다. 40∼70년이 걸린 선진국과 비교할 때 엄청난 속도다. 고령화 진입속도도 압축성장만큼 빠른 셈이다.

고령화의 진전은 생산가능 인구와 취업자 수를 줄여 직접적으로 경제성장을 둔화시킨다. 2002년 현재 생산가능인구 중 50∼64세 인구비중은 18.4%에 머물고 있지만 2020년에는 33%로 늘어나게 된다.

또 나이가 많아질수록 저축액이 줄기 때문에 고령인구의 증가는 필연적으로 민간저축을 줄인다. 경제성장의 둔화로 세금이 적게 걷히기 때문에 정부저축도 줄어든다. 고성장을 가능케 했던 수단이 사라지는 것이다.

재경부 관계자는 전국에서 고령화가 가장 빠른 전남의 경우 총생산액 증가율이 다른 시도에 뒤떨어지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며 고령화는 이미 발등에 떨어진 불이라고 지적했다.

▽외국사례에서배운다〓일본은 1980년대부터 잇따른 골드플랜으로 노인문제를 국가적 과제로 격상시켰다.

한국은 1998년 국민연금법을 고쳐 수급개시 연령을 5년마다 한 살씩 늦추기로 했지만 아직도 취업연령 제한, 정년퇴직 등이 일상화돼 있어 노인 인력을 사장시키고 있다.

독일 덴마크 등은 55세 이상 노년층을 고용하는 기업에 보조금까지 주지만 한국은 외환위기 이후 퇴직 연령이 내려가는 추세다.

90년대 후반 그리스 헝가리 포르투갈 등은 노인 의료비를 줄이기 위해 재가(在家)진료를 크게 늘렸다. 미국과 일본은 아예 민간 장기요양보험에 가입하도록 독려하고 있다.

KDI보고서는 또 2030년대에 국내총생산(GDP) 대비 40%에 육박하는 630조원의 자산을 보유하게 되는 국민연금기금의 운용방식을 현재의 채권 위주에서 주식투자와 해외투자로 다변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안전을 우선시하는 채권투자만으로는 기금자산의 고갈을 피할 수 없고 채권시장도 왜곡된다는 우려다.

박래정기자 eco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