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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가 흐르는 한자]白 書(백서)

입력 | 2002-05-28 17:13:00


白 書(백서)

白-흰 백象-본받을 상鼻-코 비

胃-밥통 위癌-암 암臟-오장 장

漢字(한자)가 만들어진 여섯 가지의 법칙 중 하나에 象形(상형)이 있다. 物體(물체)의 形態(형태)를 본 따 만드는 것으로 모든 漢字의 바탕이 된다. ‘漢字의 뿌리’라고 할 수 있는 部首(부수·일명 변)의 대부분이 바로 이 象形文이다.

그런데 그 ‘物體’란 가까이는 산, 강과 같은 자연도 있을 수 있고 나무나 돌과 같은 사물도 있을 수 있으며 멀리는 높은 하늘에 떠 있는 해나 달, 그리고 별, 구름 따위도 있을 수 있다. 또 우리 몸의 일부를 보고 만든 글자도 많이 있다. 耳目口鼻(이목구비) 4자는 물론 心, 手足(수족), 심지어는 胃(위)나 骨, 癌(암)도 여기에 해당된다. 즉 겉으로 보이는 부분은 물론 우리 몸 속에 있는 잘 보이지 않는 臟器(장기)까지도 형상화했음을 알 수 있다. 중국의 고대 醫術(의술)이 발달하게 된 것도 알고 보면 다 까닭이 있었던 것이다.

우리 몸의 모습을 보고 만든 글자에는 ‘白’자도 있다. 白의 甲骨文(갑골문)을 보면 영락없는 엄지손가락의 손톱모습이다. 그런데 엄지손가락은 여러 손가락 중 가장 크지 않은가. 그래서 東西古今(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제일’을 뜻할 때는 엄지손가락을 세운다. 따라서 白의 본뜻은 ‘제일’이다. 옛날에는 형제간의 순서를 伯仲叔季(백중숙계)로 표시하곤 했는데 그 중 ‘맏이’를 伯氏(백씨)라고 불렀다. 사람간의 순서이므로 白에 ‘사람인’자를 덧붙인 것이다. ‘큰 사람’이라는 뜻이다.

그런데 손톱에는 흰 부분이 있다. 특히 엄지손톱은 더 분명하게 드러난다. 그래서 白은 ‘희다’‘드러나다’‘밝다’는 뜻도 가지게 되었으며 밝게 되면 모든 것이 있는 그대로 드러나게 되므로 白은 ‘사실대로 밝힌다’는 뜻도 가지게 되었다.

白書란 ‘흰 책’이다. 정부 각 부처가 소관사항에 대해서 제출하는 보고서를 말한다. 원래는 영국 정부의 공식보고서 명칭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表紙(표지)를 백색으로 했기 때문에 ‘白書’라는 명칭이 붙게 되었다. 그에 반해 영국 의회의 보고서는 푸른 표지였기 때문에 이번에는 ‘靑書’(청서·blue book)‘라고 하였다.

이런 관습을 各國이 모방하여 지금은 공식문서의 대명사로 사용되고 있다. 예컨대, 경제에 대한 정부의 공식 보고서를 經濟白書, 노동문제에 관한 것을 勞動白書라고 호칭하는 것 등이다. 國防部(국방부)가 國防白書의 발행을 연기시켰다 하여 여론이 분분하다.

鄭 錫 元 (한양대 안산캠퍼스 교수·중국문화)

sw478@yaho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