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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월드컵]한국 16강 진출과 날씨

입력 | 2002-05-29 16:26:00


축구 슈퍼스타 지단은 쉬는 날엔 뭘 할까. 보통 테니스를 치거나 자동차 경주를 보는 것을 즐겨 한다. 그러나 그가 빠짐없이 챙기는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하루에 물 4ℓ를 꼭 마시는 일이다.

왜 그렇게 물을 많이 마실까. 그것은 평소 충분히 수분 보충을 해줘야 경기할 때 지장이 없기 때문. 보통 축구선수는 한 경기를 뛰고 나면 2∼3ℓ의 수분이 몸에서 빠져 나간다. 그러나 축구전문가들은 "유럽선수들은 습도가 높은 6월의 한국이나 일본에서 경기를 한다면 몸무게가 4㎏정도는 빠질 것"이라고 말한다. 이유는 "유럽인들은 땀구멍 구조상 습도가 높으면 정상적인 땀배출이 힘들어져 체내의 수분이 다량으로 증발되어 버린다"는 것.

보통 사람은 자기체중의 약 1%정도에 해당하는 수분 손실이 있을 때 갈증을 느낀다. 그러나 갈증을 느낄 땐 이미 경기수행능력의 약 10%정도가 떨어져 있는 상황 .따라서 경기 시작 20∼30분 전에 최소한 200∼300㎖정도의 수분을 미리 섭취해 둬야 경기중에 갈증을 느끼지 않게 된다. 축구는 땀이 정상적으로 나오는 기온인 15∼23도 정도가 경기하기에 알맞다. 섭씨 30도가 넘으면 8∼12일 정도의 날씨 적응기간이 필요하다.

결국 이번 월드컵은 날씨가 한국과 일본의 16강 진출여부에 큰 변수가 될 전망이다. 한국전이 있는 6월 4, 10, 14일의 부산 대구 인천의 날씨는 어떨까.

▼6월4일 오후 8시30분 폴란드전(부산)=최근 10년동안 부산의 6월 연 평균기온은 19∼21도 정도. 6월 연 평균 최고기온은 23도에서 25도 사이를 오르내린다. 6월 연평균 습도는 75∼85%선. 연평균 강수량은 50㎜에서 447㎜까지 편차가 심하다. 그러나 이것은 대부분 6월중순이후 남부지방에 장마가 상륙한데 따른 것.

한국-폴란드의 부산경기는 그리 더운 상황에서 경기를 치르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저녁 8시30분 경기이므로 한결 시원해지는 시간이다. 문제는 비가 올것이냐의 여부. 기상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 31년간 부산의 6월 4일에 비가 온 날은 모두 10일. 사흘에 한번꼴인 32.2%의 확률로 비가 왔다. 그러나 그 비는 대부분(10일중 8일) 하루 1㎜이하를 기록했다.

보통 수중전이란 시간당 5㎜이상 집중해서 쏟아져야 성립된다. 이 정도의 비가 쏟아지면 공이 물에 튀어 패스가 제대로 안된다. 비가 오더라도 시간당이 아닌 하루 1㎜정도라면 그리 큰 변수가 못된다. 한국은 비가 오지않고 30도가 넘는 고온에 습기가 많은 후텁지근한 날씨가 가장 유리하다. 이런 날씨라면 폴란드 선수들이 빨리 지치기 쉽다. 그러나 통계상으로만 본다면 폴란드와의 부산 경기는 비가 오더라도 수중전의 확률은 거의 없다. 날씨도 그리 덥지 않다. 기상대도 28일 주간예보를 통해 "구름이 조금낀 맑은 날씨가 예상되며 경기시간엔 신선한 바람까지 불겠다"고 예상했다. 한마디로 한국은 정상적인 경기를 펼쳐야 한다는 얘기다.

▼6월10일 오후 3시30분 미국전(대구)=기상청 통계에 따르면 최근 20년간 대구의 6월 10일 연평균 최고기온은 27.3도 습도 67.8%. 한마디로 덥고 끈적끈적한 날씨다. 게다가 비까지 올 확률이 높다. 지난 31년간 대구지방의 6월 10일 비온 날은 12차례(38.7%). 강수량은 하루 6㎜정도로 많지는 않았지만 그만큼 불쾌지수가 높아진다. 미국의 아레나 감독은 "정말 날씨가 걱정이다. 무더위나 습기가 우리팀에 영향을 주지는 않겠지만 수중경기는 문제가 될 수 있다. 다행히 한국 날씨는 일본보다 습기가 적어 나은 편이다."라고 말한바 있다.

결국 한국-미국 대구전은 한낮 찜통 더위 속의 체력전이 될 가능성이 높다. 무더위 속에서 짜증을 내거나 집중력을 먼저 잃는 팀이 질 확률이 높다.

▼6월14일 오후 8시30분 포르투갈전(인천)=어쩌면 수중전은 아니지만 비가 오는 가운데 치러질 가능성이 높다. 지난 31년동안 인천지방의 6월 14일에 비가 온날은 모두 13일로 41.9%. 그러나 강우량은 하루 5㎜정도로 많지는 않다. 한국으로선 차라리 비가 많이 와 수중전을 벌이는 게 유리하다. 개인기가 좋은 포르투갈을 체력으로 밀어 붙이는게 편하기 때문이다.

히딩크 감독은 "한국은 우기에 시작되는 이번 월드컵에서 한 두 경기는 수중전을 치러야 할 것이다. 실전에서는 전력질주를 한 다음 순간적으로 체력을 빨리 회복해 다음 동작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 많은데 특히 수중전에서는 밸런스와 갑절의 체력이 요구된다"고 말한바 있다.

약간의 비는 잔디를 촉촉하게 해 공이 빨리 구른다. 스피드를 주무기로 하고 있는 한국팀에겐 괜찮다는 분석. 그러나 유럽서 뛰어본 서정원의 얘기에도 귀를 귀울여야한다. "유럽선수들은 약간 물기에 젖은 잔디에는 잘 적응한다. 그러나 바짝 마른 잔디에서는 발바닥이 뜨거워 쩔쩔맨다"

mar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