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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이슈]꼬리감춘 측근들…김홍업씨 수사 난항

입력 | 2002-05-29 18:37:00


검찰에 소환되기 전 의문의 메모를 작성한 김병호(金秉浩) 전 아태평화재단 행정실장이 최근 잠적한데 이어 김 대통령의 차남인 김홍업(金弘業) 아태평화재단 부이사장의 측근들이 줄줄이 잠적해 검찰 수사가 난항을 겪고 있다.

29일까지 잠적한 것으로 확인된 주요 참고인들은 김병호씨를 포함해 홍업씨의 대학동창으로 체육관을 운영했던 이거성씨, 김성환(金盛煥) 전 서울음악방송 회장과 수억원을 거래한 K씨 등 3명.

김병호씨는 '국정원 5억원?' 등의 메모를 작성하고 홍업씨 비자금 수십억원을 세탁한 의혹을 받고 있으며 이씨는 각종 이권에 개입해 받은 돈으로 김성환씨와 거래한 사실이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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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씨는 자금 거래 규모가 이씨에 비해 적지만 석연치 않은 이유로 해외로 나가 돌아오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평창종건 유준걸(柳俊杰) 회장의 동생이자 홍업씨의 대학 동기인 유진걸(柳進杰)씨도 11일째 입원 중이다.

유진걸씨는 9일 검찰조사를 받다가 심근경색 증세를 보여 병원에 실려갔으나 수술을 받지 않고 퇴원해도 된다는 소견이 나왔는데도 계속 병원에 있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검찰 소환에 불응하고 있는 참고인들은 대부분 홍업씨의 대학 동창들이며 최근까지 김성환씨 등과의 돈거래를 대차(貸借) 관계라고 주장하던 인물들이다.

이들은 특히 월드컵 축구대회 기간에 검찰이 홍업씨에 대한 소환을 가급적 미룬다고 발표했다가 입장을 다소 바꿔 홍업씨의 비자금 출처에 대한 조사를 강화하자 잇따라 잠적했다.

더구나 유진걸씨 입원 후 청와대의 수사 개입 의혹이 불거지고 김병호씨가 의문의 메모를 작성한 사실이 드러난 시점에 몸을 숨겨 조직적인 수사 방해가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검찰은 이들이 대부분 출국이 금지돼 외국으로 도피했을 가능성은 적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황으로 볼 때 검찰 수사를 무력화하기 위해 장기간 국내에 잠적할 생각이거나 여권을 위조해 이미 출국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 검찰 안팎의 시각이다.

정위용기자 viyonz@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