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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스타 월드컵, 패션 월드컵

입력 | 2002-05-30 14:16:00

베컴 (잉글랜드)


▼레드 모히칸 헤어스타일에 강한 카리스마

“저는 패션에 미쳤어요. 언제나 그랬었죠.”

잉글랜드팀의 주장 데이비드 베컴(27·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은 최근 남성패션전문잡지 ‘GQ’ 영국판과 가진 인터뷰에서 패션관을 이렇게 밝혔다. “어렸을 때 제 패션 감각에 영향을 미친 스타는 미국 가수인 프랭크 시네트라였죠. 허리선이 높고 폭이 풍성한 바지, 포켓치프가 조금 비어져 나온 재킷을 걸친 모습이 멋져 보였어요.”

베컴은 10일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가 잉글랜드팀을 총리관저에 초대한 자리에도 복고풍의 고동색 슈트와 화이트 셔츠, 매듭을 굵게 맺은 아이보리색 넥타이를 입고 나와 시선을 끌었다. 총리를 포함한 다른 참석자들은 하늘색 셔츠와 밝은 블루톤 넥타이, 감색 양복, 검은색 구두를 차려 입은 ‘모범생형’ 정장 차림이었다.

패션정보회사 퍼스트뷰코리아의 이현주 에디터는 “베컴이 입은 슈트는 아주 클래식한 디자인이라 기성복이라기보다는 런던 셰빌로가의 전통 있는 양복점에서 맞춰 입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디자이너 박윤수씨는 베컴이 “이브 생 로랑 스타일의 슬림한 슈트뿐만 아니라 낡은 배낭을 걸쳐도 어울릴 법한 보헤미안의 이미지가 짙어 ‘보보스’가 화두가 되는 시대의 미남으로 각광받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베컴의 패션 감각은 헤어스타일에서도 드러난다. ‘레드 모히칸’ 또는 ‘스파이키 두(spiky do)’로 불리는 볏을 세운 머리 모양은 거의 박박 깎은 머리였던 베컴이 올 초부터 공을 들여 만들어온 최신 스타일. 머리 양쪽 부분은 짧게 자르고 정수리 부분만 길러 끝을 노랗게 염색한 뒤 무스로 매만져 올린 형태다.

이 스타일은 영국의 미용 전문그룹 ‘토니&가이’가 2000년대 초 유행 아이템으로 제시한 ‘Y2K 컬렉션’에서 선보인 것. 1개월 전 영국에 연수를 다녀온 서울 압구정동 ‘토니&가이’의 헤어스타일리스트 박수진씨는 “특히 베컴이 이 머리를 선보인 이후 유행의 중심지인 런던 본드스트리트나 소호 거리 등에서 20, 30대 남성을 중심으로 이 헤어스타일이 붐을 이루고 있다”고 전했다.

평소 즐기는 액세서리는 사각형의 다이아몬드 귀고리. 흔히 귀고리를 착용하는 남성들이 지름이 작은 링 모양을 선호하는 것과 비교된다. 베컴은 선글라스 브랜드 ‘폴리스’의 모델이자 홍보 대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그가 모델로 기용된 후 폴리스의 매출액은 단번에 두 배나 뛰어올랐다는 후문이다.

웃을 때마다 깊숙이 파이는 눈가의 주름과 얇은 입술로 미루어 무척 사교적인 인물일 것으로 여기는 사람이 많지만 지금까지 영국언론에 소개된 바로는 내성적인 성격이다. 좋아하는 음악도 리듬 앤드 블루스와 솔이다.

사춘기 시절, 주말이면 각종 파티에 어울려 다니던 또래 친구들과 달리 축구에 집중하기 위해 집에 남아서 주요 경기를 관람하는 버릇에 익숙해져서인지 지금도 “아내 빅토리아와 텔리(TV의 영국식 표현)를 보는 것이 가장 완벽하게 밤을 보내는 방법”이라고 말한다. ‘라이언 킹’ 같은 만화 캐릭터 그리기를 좋아하며 할리우드 영화 ‘아마게돈’을 보고 눈물을 흘릴 정도로 감성적인 면모도 있다. 아내와 함께 인터뷰를 할 때도 외향적이고 유머감각이 풍부한 빅토리아(27·그룹 ‘스파이스 걸스’ 전 멤버)가 답변을 주도한다.

▼조각같은 얼굴 '인간 명품'

말디니 (이탈리아)

로마시대 조각상 같은 용모를 지닌 이탈리아의 ‘인간 명품’ 파올로 말디니(34·AC 밀란). 디자이너 조르지오 아르마니는 언젠가 ‘이탈리아 선수 중 누구를 모델로 삼고 싶으냐’는 질문에 주저없이 1m87의 훤칠한 키에 아름다운 푸른 눈을 가진 말디니를 꼽았다.

서울 성형외과 압구정클리닉 이민구 원장은 “서구인들은 성형수술을 할 때 광대뼈나 턱뼈가 발달한 라틴족의 모습으로 수술하기를 선호하는데 말디니의 얼굴은 그런 라틴족 중에서도 가장 매력적인 얼굴”이라며 “이마 끝에서 눈썹 중간까지, 눈썹중간에서 코끝까지, 코끝에서 턱끝까지의 비율도 미남 미녀의 황금비율인 1 대 1 대 1에 꼭 맞는다”고 말했다. AC밀란이 배출한 1960년대 세계 축구계의 거장이자 전 이탈리아 대표팀 감독이었던 아버지 체사레 말디니(현 파라과이 대표팀 감독)의 뒤를 이은 그는 빗장수비로 유명한 이탈리아 대표팀의 수비진을 15년째 지키고 있는 세계 최고의 수비수 중 하나.축구 명문가 출신답게 오랜 선수생활 동안 경기에서 보여온 말디니의 진지함은 사생활에서도 예외가 아니어서

베네수엘라계 이탈리아 사진 모델인 부인 아드리아나 포사, 아들 크리스티안과 함께 밀라노 외곽에서 평온한 삶을 꾸려가는 말디니는 가족이나 친구들과 좋은 레스토랑에서 저녁을 먹고 일찍 잠자리에 드는 ‘단순한’ 생활습관으로도 유명하다.

▼'테리우스'서 '아줌마 파마'로

안정환 (한국)

최근 타임스지 아시아판 커버 모델로 등장한 한국팀의 안정환 선수(26·AC페루자)는 전현직을 통틀어 한국 축구 선수 가운데 가장 패션 감각이 있는 선수로 꼽힌다.

그의 변신을 가장 잘 드러내는 부분은 헤어스타일. 최근에는 ‘테리우스’라는 별명을 낳은 긴 스트레이트 스타일에서 웨이브 파마로 머리 모양을 바꾸었다.

안 선수의 단골 미용실인 서울 강남구 신사동 최가을 헤어드레서의 헤어스타일리스트 민선영씨는 “특히 이탈리아에 가기 전에는 수돗물에 석회질이 많다면서 웨이브를 강하게 넣은 세팅 파마를 하고 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오랫동안 미용실에 앉아있는 것은 좋아하지 않는다.

안 선수는 특히 연보라색 셔츠에 청바지, 프라다 캐주얼 슈즈를 매치하는 편안한 옷차림을 좋아한다.

‘99년 미스코리아 휠라’ 출신의 이혜원씨(23)와 결혼한 이후 코디네이션 조언을 받아선지 더욱 스타일이 좋아졌다는 평을 듣는다. 그의 옷차림을 모니터한 패션 전문가들은 “화려하고 튀는 의상보다는 DKNY풍의 미니멀하고 몸매를 드러내는 아이템을 선호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했다.

유럽 진출 이후 스타일에도 유럽풍이 스며들었다. 언뜻 보면 전형적인 ‘아줌마 파마’로 느껴지는 최근의 헤어스타일은 이탈리아를 비롯한 남부 유럽의 젊은 남성들에게서 큰 인기를 모으고 있는 머리 모양.

결혼반지에 키스를 하는 골 세리머니 역시 스페인의 스트라이커 라울 곤살레스 선수가 자주 쓰는 제스처로 유럽 국가 중에서도 가족 문화가 발달한 스페인, 이탈리아 선수들의 동작을 벤치마킹한 것이라고 추측하는 사람들도 있다.

▼몸 전체에서 페로몬향 솔솔

지단 (프랑스)

프랑스팀의 지네딘 지단(30)은 ‘크리스티앙 디오르’ 화장품라인의 광고 모델로 등장한 첫 번째 남성. 1998년 크리스티앙 디오르의 스테디셀러 남성용 향수 ‘오소바주’의 모델을 맡아 화제가 됐다.

알제리 출신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세련된 외모를 지닌 것은 아니지만 각이 진 얼굴에 건장한 골격이 남성적인 매력을 풍긴다는 평이다. 남성복 브랜드 ‘카루소’의 디자이너 장광효씨는 “약간 벗겨진 머리와 운동으로 다져진 딱딱한 살집이 젊은 여성들보다 중년 여성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침대로 뛰어드는 종마형’”이라고 말했다.

1m85, 78㎏의 체격을 지닌 지단은 아르마니같이 늘씬해 보이고 전통적인 느낌을 주는 정장이 어울린다. 지난해 7월 레알 마드리드팀 입단 때는 에르메스 벨트에 제냐 스타일 슈트(사진)를 입고 나와 몸 전체에서 페로몬이 풍겨나오는 듯한 자신의 매력을 잘 드러냈다.프랑스에서 아랍인이 가장 많이 사는 마르세유에서 어렵게 성장한

지단을 천성적인 멋쟁이로 보기는 어렵다. 현란한 드리블로 상대 수비수를 제치고 그림 같은 슛을 날리는 그라운드에서와는 달리 일상에서는 소박하다 못해 둔하기까지 하다. 운좋게도 그는 나무랄 데 없는 취향을 지닌 스페인 태생의 댄스강사 베로니크를 부인으로 얻었다.

열성적인 이슬람교 신자이기도 한 지단은 아들을 직접 학교에 바래다 줄 정도로 가정적이지만, 이탈리아 유벤투스팀에서 뛸 때 부인과 이적문제로 크게 다툰 사실이 언론에 보도돼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당시 유벤투스 팀 감독은 “지단은 집에서 바지 입은 사람이 누구인지를 결정해야 한다”며 애처가이다 못해 공처가의 면모를 보인 지단을 공격했다.

프랑스 수비수 빅상트 리자라쥐는 “우리는 공을 어떻게 처리해야할지 모를 때 일단 지단에게 준다”고 말했다. ‘로마인 이야기’의 작가이자 축구광인 시오노 나나미는 그런 지단을 “고대 로마군의 등뼈역할을 한 백인대장에 임명하고 싶다”고 말한 바 있다.

▼그라운드의 디카프리오 세련된 런던영어 구사…축구명가의 귀공자

오언 (잉글랜드) 사진제공=티쏘

“베컴이 야생에서 자란 한 마리 사자라면 마이클 오언(23·리버풀)은 좋은 사립학교만 거친 귀족 가문 자제 같다.”

21일 열린 한국팀과 잉글랜드팀의 평가전을 유심히 지켜본 여성 팬들이 내린 결론이다.

김주연씨(35·서울 용산구 한남동)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를 연상시키는 앳된 얼굴과 이에 대조되는 건장한 체격 때문에 나와 ‘띠동갑’인 연하의 남자인데도 저항할 수 없는 매력을 느꼈다”고 말했다.

오언은 3남 2녀 중 넷째. 프로 축구선수 출신인 아버지 테리와 연결지어 영국 언론은 오언 선수에 대해 ‘좋은 집안 출신(comes from solid family)’이라고 묘사하고 있다.

오언의 입국 장면을 지켜본 연예인 전문 스타일리스트 유재덕씨는 “잉글랜드팀의 짙은 감색 슈트, 특히 유명 사립학교의 교복을 연상시키는 재킷의 문장에 오언이 가장 잘 어울렸다”고 평했다. 영국에서 10여년간 스타일리스트로 활동한 바 있는 유씨는 “표준어인 런던 영어를 사용하면서도 런던 사투리는 쓰지 않는 점과 조리 있고 세련된 화법이 귀족적인 느낌을 더한다”고 덧붙였다.

어려서부터 언론의 주목을 받아선지 ‘외교적인 답변’도 일품이다.

“10대 여성팬들의 광적인 열광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여성들도 남성들처럼 축구에 관심이 많다는 것을 알게 돼 기쁘다”고 답하는 식이다.

런던어를 쓰지만 실제 출생지는 잉글랜드의 중부지역인 리버풀 인근의 체스터. 어렸을 때 웨일스에서 생활한 경험도 있다.

모범적이고 건실한 이미지 덕분인지 오언은 소년들의 롤 모델로도 꼽힌다. 3, 4월 영국의 여론조사 기관인 레이턴 미디어가 약 2000명의 12∼15세 영국 소년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에서 오언은 20%의 지지율로 ‘가장 영웅으로 생각하는 스포츠 스타’ 1위를 차지했다. 2위는 골프 스타 타이거 우즈(17%)에게, 3위는 우즈에게 근소한 차이로 밀린 베컴에게 돌아갔다.

그는 효자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오언이 18세 때 오언의 어머니는 한 영국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그 아이는 술 마시러 나가지도 않을 정도”라고 자랑했다. ‘미세스 오언’이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여자친구 루이즈 본살은 중학교 때부터 사귀었던 동네 친구로 오언이 ‘청년 재벌’로 자리 매김한 이후에도 변치않는 사랑을 유지하고 있어 오언에게 ‘배신하지 않는 남자’라는 또 한겹의 긍정적인 이미지를 더해 주고 있다.

오언에게 어울리는 디자이너 슈트는 질 샌더, 폴 스미스 풍의 단정하고 깔끔하지만 신세대 감각에 맞는 트렌디한 옷이라는 게 디자이너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오언의 머리카락을 가장 큰 매력으로 꼽는 여성팬들도 많다. 오언의 머리카락 색은 갈색을 띤 금발(brownish gold). 인터넷 팬 페이지등에는 “실내조명을 받거나 땀에 젖으면 갈색, 그라운드에서 햇빛을 받아 달릴 때면 금빛으로 반짝이는 오언의 머리카락을 보며 전율을 느낀다”는 찬사가 쏟아진다.

오언은 1998년부터 스위스 시계 브랜드 ‘티쏘’의 홍보 대사 및 모델로 활동하고 있다. “본격적으로 스포츠 시계 시장에 뛰어들기 위해 오언을 모델로 기용하게 됐다”는 티쏘측은 “그의 활동적이고도 고급스러운 매력이 브랜드 이미지 향상에 도움이 된 것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키 1m75 몸무게 70㎏. 중국음식을 좋아하며 취미로 골프, 탁구, 스누커(영국식 당구)를 꼽을 정도로 스포츠 마니아다. 자동차도 BMW의 스포츠카와 재규어 컨버터블을 몬다. 특히 골프의 경우 2000년 9월에 출간된 자서전을 통해 “축구선수가 아니었으면 프로 골프선수가 됐을 것”이라고 말할 정도로 깊은 애정을 가지고 있다. 시간이 날 때마다 아버지와 필드에 나간다.

▼정력적 아랍인 분위기, 남미의 정열과 묘한 매치

베론 (아르헨티나)

‘그라운드의 폭격기’라고 불릴 만큼 거칠고 야성미가 넘치는 아르헨티나 공격수 후안 세바스티안 베론(27·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마라도나 이후 아르헨티나 축구를 이끌고 있는 이른바 ‘뉴웨이브’의 한 사람으로 지단, 히바우두와 함께 세계 3대 ‘공격형 미드필더’로 꼽힌다. 박박 민 머리와 가슴에 새긴 체 게바라의 문신이 체제 도전적인 인상을 준다. 미신에 집착해 경기 때는 항상 오른쪽 무릎 위에 흰색 테이프를 붙이고 나와 눈길을 끈다.

1m86, 80㎏의 육중한 체구에 걸맞지 않게 별명은 작은 마녀라는 뜻의 ‘라 브루지타’. 어릴 적 신동으로 불릴 만큼 놀라운 축구기술을 발휘했는데 약간 매부리코여서 이런 별명이 붙었다. 70년대 축구스타로 이름을 날린 아버지 후안 하몬 베론을 빼닮았다는 얘기를 듣고 있다. 다섯 살의 어린 나이에 아르헨티나 프로축구팀 에스투디안테스와 입도선매하듯이 입단계약을 맺은 것으로도 유명하다.

디자이너 장광효씨는 베론의 스타일에 대해 “얼굴에서 아랍인의 분위기가 강하게 풍겨 남미인의 정열과 아랍인의 정력이 어우러지는 데다가 전략가적 이미지까지 가미된 것이 외모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분석했다. 여러 스타 플레이어들 가운데서도 돋보이는 반듯한 골격과 고루 발달된 근육도 매력 포인트.

장씨는 “얼굴 자체는 한국 여성들에게 어필할만한 미남형이 아니지만 국내에도 여성팬이 많은 이유가 이런 ‘사양’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상체에 딴딴한 근육이 많아 정장보다는 몸에 꼭 달라붙는 티셔츠와 진을 곁들여 입는 캐주얼이 잘 어울린다.

베론은 17세 때부터 사귄 마리아 플로렌시아와 동거하며 아들까지 낳았지만 결혼은 하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의 내가 된 것은 모두 플로렌시아 덕분”이라고 자주 말하곤 한다.

▼젊은이들의 패션리더, 몸에 지닌 모든것이 유행아이템

나카타 (일본)

명품 주얼리 브랜드 불가리가 꿈을 이룬 명사 중 패션 감각이 뛰어난 사람에게 수여하는 ‘불가리 브릴리언트 드림스 어워드’의 제1회 수상자(1999년)는 일본의 축구선수 나카타 히데토시(26·이탈리아 파르마)였다.

수상 전부터 나카타는 불가리 마니아로 알려졌다. 특히 소가죽 끈에 커다란 장식이 달린 100만∼200만원대 ‘별자리 펜던트’를 짧게 차고 다니는 모습이 언론에 노출되자 일본 내에서는 이 상품이 품절될 정도로 인기를 누렸다. 여러 패션 잡지의 커버 모델로 종종 등장하는 그의 패션 감각은 국내외에 널리 알려진 바 있다. 취미 역시 쇼핑.

일본 도쿄의 패션스쿨인 문화복장학원출신의 패션평론가 김유리씨는 “나카타의 데뷔 이후 그의 패션을 모방하는 일본 남성들이 많다”고 전했다. 그가 입고 마시고 지니는 많은 것들이 유행 아이템으로 자리잡는다. 월드컵을 앞두고 일본을 찾는 국내외 관광객들을 위해 도쿄 국제포럼내에 설치된 ‘나카타 넷 카페’는 4월 19일개장 이래 하루 700여명이 찾는 명소가 됐다.

감각적이고 인터넷에도 능할 것처럼 보이는 나카타의 ‘쿨(cool)한’ 이미지가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카페 컨셉트와 잘 맞아떨어져 팬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는 것.

나카타는 깔끔하고 단정한 ‘댄디 룩’을 좋아하지만 무릎 길이 반바지를 가리키는 ‘버뮤다 팬츠’와 민소매 가죽 셔츠를 멋스럽게 매치하는 다소 전위적인 코디네이션도 멋지게 소화해낸다. 반항아같은 이미지의 준수한 외모 못지 않게 자기 목표를 반드시 이루어내는 나타카의 의지력이나 강한 자신감도 매력요소로 꼽힌다.

나카타는 어렸을 때 왜소한 체격을 극복하고 축구 선수가 되기 위해 매일 지칠 때까지 웨이트 트레이닝을 해서 몸을 만들었다. 그런가하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는 “축구가 재미없어지면 회계사나 할 것”이라고 주저없이 말하곤 한다.

일본 팬들은 그런 그의 모습을 오만보다는 삶에 대한 당당한 자신감, 도전의식으로 해석하며 열광한다.

김현진 기자 bright@donga.com

송평인 기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