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김남태의 월가리포트]美경기 “아직은…”

입력 | 2002-05-30 17:45:00


지난주 미국 주식시장은 내림세였다. 그 전주 반등에 따른 부담이 있었으므로 반등폭이 컸던 기술주들이 크게 하락했다.

미국을 대상으로 한 또 다른 테러 위협, 그리고 이번 주 월요일이 휴장이었다는 부담도 주가가 오르지 못한 이유였다. 혹시 있을지도 모를 테러의 가능성 앞에서 긴 연휴 동안 주식을 보유한다는 것은, 자산의 안정성을 중요시하는 미국의 투자자들에게는 부담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연휴가 지난 이번 주에도 미국 주식시장은 좀처럼 힘을 받지 못하는 모습이다. 민간소비가 5개월째 증가세를 유지하고 소비자신뢰지수도 지난해 하반기 이후 뚜렷한 개선 추세를 보이는 것으로 발표되었지만, 그것이 ‘예상’에 미치지 못했다는 이유로 주가를 끌어내리는 역할을 했다. 민간소비의 증가를 예상하고 주가가 오른 것도 없는데 말이다.

이와 같이 주식시장의 약세가 계속되면서, 주가가 하락하는 데는 민간소비나 테러가 아닌 뭔가 다른 이유가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생겨나고 있다.

필자는 최근 미국에서 근무하는 우리나라 전자부품 제조업체의 직원을 만날 기회가 있었다. 그의 의견은 경제지표의 개선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경기 회복은 ‘아직’이라는 것이다. 그것은 그가 접촉하는 미국의 제조업체들의 시각을 대변하는 것이었다. 생산시설은 물론이고 제품개발 부서까지도 해외 이전을 추진하면서 기업들은 아직도 몸집 줄이기를 계속하고 있다고 한다. 물론 미국은 제조업보다 서비스업의 비중이 훨씬 크지만, 제조업의 몇 천 명 실직자를 흡수하기 위해서는 햄버거 가게 몇 백 개는 더 생겨야 할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그만큼 실업을 흡수할 수 있는 여유가 많지 않다는 의미가 될 것이다.

민간 소비는 불황기에 미국 경제를 유지한 힘이 되어왔고, 아직도 미국 경제회복의 관건으로 여겨지고 있다. 그렇지만 장기적으로 소비는 소득에 의해서 좌우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고용을 결정하는 기업들이 가지고 있는 이와 같은 부정적인 경기 인식은 미국 경제와 주식시장에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몇 달 전만 해도 미국 주식시장은 5, 6월쯤에는 금리가 인상될 것을 우려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아직도 금리인상을 걱정할 만큼 미국의 경기회복은 주식시장 가까이로 다가오지 못하고 있다.

김남태 삼성증권 뉴욕법인 과장 ntkim@usa.sams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