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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콩달콩 섹스파일] 아직도 끝나지 않은 '매독' 공포

입력 | 2002-05-31 14:22:00


최근 프랑스 파리에서 매독 환자 서너 명이 동시에 나타나 주목을 끌고 있다. 성병의 대명사라고 할 수 있는 매독은 다른 성병과는 달리 ‘유구한’ 역사를 지니고 있다. 유럽에서 매독이 최초로 유행한 시기는 15세기 말엽. 이탈리아의 폴리치아노왕이 이유를 알 수 없는 끔찍한 역병에 걸려 죽은 1494년과 그 이듬해에 걸쳐 같은 증상이 이탈리아 전역을 휩쓸고 지나간 후 수많은 희생자가 발생했다.

이 역병이 바로 매독인데, 그 시기가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하고 돌아온 시기와 맞물려 많은 학자들은 매독을 신대륙 원주민에게서 옮아온 것으로 주장한다.

그러나 신대륙의 원주민에게 매독이 있었다는 확실한 증거는 아직까지 발견하지 못했다.

여하튼 매독은 그 후 아프리카와 아시아 등지로 급속도로 번져 나갔고 16세기 초 중국, 일본을 거쳐 1515년께 조선에 유입된 것으로 추정된다.

현대의학의 발달로 매독은 초기에만 발견되면 거의 100% 완치가 가능하다. 하지만 문제는 매독이 상상하지 못할 만큼 잠복기간이 길다는 사실이다. 매독은 감염 후 전혀 증상이 나타나지 않다가 수십년이 지난 후 실명, 귀머거리, 중풍, 정신병, 결국엔 죽음과 같은 치명적인 결과와 함께 다시 나타나곤 한다.

과거에는 매우 흔한 병이었던 만큼 매독으로 고생하다 목숨을 잃은 인물들도 적지 않다. 자신의 귀를 잘라낸 것으로 유명한 프랑스 인상파 화가 고갱이 그 대표적인 인물. 동성연애자라는 의심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고흐와 붙어 다녔던 그는 고흐와 헤어져 남태평양 타히티섬으로 떠난 후 전신마비와 신경질환 증상을 보이다 비참한 최후를 맞는다. 고갱의 증상은 매독 3단계의 전형적 증상. ‘여자의 일생’으로 유명한 소설가 모파상은 매독에 걸린 후에도 많은 여성들과 섹스를 탐닉했는데 사망할 무렵에는 온갖 정신병적 증상을 보였다고 전한다.

매독은 대부분 직접적인 성 접촉에 의해 전염된다. 현대의술만 믿고 나태하기에는 매독은 아직도 무섭고 지독한 질병이다.

< 정규덕/ 부산롯데호텔 이지웰비뇨기과 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