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를 몸에 이식해 질병을 치료하는 유전자요법이 스포츠를 위협하고 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31일 “운동선수가 근육 강화 유전자를 주입할 경우 획기적으로 기량을 향상시킬 수 있기 때문에 이 요법이 악용될 가능성이 있지만 이를 적발하기가 극히 어려울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유전자요법이 광범위하게 이용될 경우 스포츠가 기형적인 스턴트맨들이 만들어내는 구경거리로 전락할 수 있으며 20년 뒤에는 육상경기가 엔진과 기술, 운전능력이 그랑프리의 우승을 좌우하는 자동차경주처럼 변할 것으로 예상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산하 세계약물복용방지기구(WADA)의 딕 파운드 회장은 “만약 유전자요법 이용이 현실화된다면 지금과 같은 스포츠는 사라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과학자들이 연구중인 유전자요법의 하나는 근육을 성장시키는 유전자를 개발해 체내 거부반응 없이 주입하는 것.
이 유전자는 영국 런던의 왕립 프리앤드유니버시티칼리지 의대의 제프리 골드스핑크 교수가 근육이 소멸되는 불치병 치료를 위해 개발하고 있다. 쥐에 이 유전자를 주입한 지 2주일만에 쥐의 근육이 20% 증가했다. 본격적인 인체실험도 2년 이내에 시작될 수 있다. 이 유전자가 생성하는 호르몬은 운동 후 근육성장을 위해 자연적으로 분비되는 것으로 보통 나이가 들면서 분비량이 줄어든다.
연구중인 또다른 유전자는 적혈구의 생성을 통제하는 에리스로포에틴. 적혈구가 많이 생성될 경우 체내 산소를 더 많이 공급할 수 있어 유산소 운동력이 크게 향상된다.
64년 인스브루크 동계 올림픽 크로스컨트리 스키에서 금메달 두 개를 딴 에어로 마엔티란타의 신체를 분석한 결과 다른 사람보다 많은 적혈구를 생성할 수 있는 일종의 돌연변이 유전자를 갖고 있는 것으로 밝혀져 이후 이와 관련한 연구가 시작됐다.
골드스핑크 교수는 운동선수들이 새 요법을 이용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라면서 “올림픽은 ‘성장호르몬대회’가 될 것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적발이 어려운 것은 물론 부작용도 커서 에리스로포에틴이 너무 많을 경우 피가 진해져 심장병이나 뇌중풍 위험이 증가하며 근육성장 호르몬은 암과 심장병 발병 위험을 높인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홍은택기자 eunta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