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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인터뷰]정진영 "우리 사회 현실 그것을 알려주마"

입력 | 2002-05-31 16:54:00


사건의 이면을 꿰뚫어보는 듯한 강렬한 눈빛, 그러나 흥분하지 않는 조근조근한 목소리. SBS의 주말 시사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의 새 진행자 정진영의 첫 작품(‘전북 삼례할머니 살인사건의 진실, 5월18일 방영)에 대해 시청자들이 내린 대체적인 평가다.

“솔직히 묵직한 캐릭터로 프로그램을 이끌어오던 성근이형(문성근)의 뒤를 잇는 것이어서 부담스러웠어요. 첫 방송을 해보고 나니까 어떤 흐름, 어떤 느낌인지 겨우 감이 잡히네요.”

정진영의 겸손과 달리 신언훈 책임프로듀서는 그의 진행에 호평을 아끼지 않는다. “영화 ‘약속’ ‘킬러들의 수다’ ‘달마야 놀자’ 등에서 그의 연기는 대중에게 신선하고도 깊은 인상을 남겼고, 연극무대 경험도 많아 호소력과 전달력이 뛰어난 진행자라고 생각한다.”

실제 그는 1998년 청룡영화제 남우조연상, 1999년 대종상 영화제 남우조연상 수상 등으로 연기력을 인정받은 바 있다.

정진영은 이 시사프로그램을 맡으면서 내면적 갈등도 겪었다고 밝힌다. 지난 몇 년간 그의 말마따나 ‘충무로 상업 영화배우’로 활동해 오면서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잊고’ 살아왔는데,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이 자신의 과거 이력을 꿰고 접근해 와 망설이지 않을 수 없었다는 것. 그는 학생운동이 활발히 전개되던 시기, 83학번 서울대 국문과 출신으로 연극활동과 휴학 등을 반복하면서 어렵사리 학교를 졸업했다. 그러나 졸업 후에는 연극과 영화에만 몰두했고, 서울대 출신 선배 연기자들 대부분이 지식인 배역에 한정되는 것이 싫어 자신은 영화 ‘약속’에서 ‘조폭’을 자원할 정도로 변신을 꾀해왔다.

“그동안 잊고 살았던 사회현실을 정면으로 다루는 프로를 진행하다 보니, 이것이 제 인생에 어떤 의미로 다가올지 궁금해집니다. 현실이나 사회문제에 더 이상 멀리하지 말라는 어떤 메시지 같기도 하고요.”

그러나 그는 방송인이 아닌 연기자로서 프로그램을 진행하겠다고 밝힌다. 이 프로그램 역시 말과 표정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연기의 또 다른 장르일 뿐이라는 것. 그의 말에는 한 장르의 고정된 캐릭터에 안주하지 않겠다는 영화배우의 의지가 굳게 실려 있는 듯하다.

안영배 주간동아 기자 oj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