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로라 하는 그라운드의 세계적인 ‘골잡이’들이 저마다 칼을 갈고 있다. 특히 ‘득점왕 후보’들은 월드컵의 뚜껑이 열리기만을 학수고대하고 있다.
월드컵 득점왕의 영광을 차지하려면 개인의 실력도 실력이지만, 우선 팀 전력이 탄탄해야 한다. 많은 경기를 할수록 골을 넣을 기회가 많아지기 때문이다. 결승 토너먼트에서 끝까지 살아남아 결승전에 진출하는 팀에서 득점왕이 나올 확률이 높다. 적어도 3, 4위전에는 진출해야 다른 팀보다 한 경기라도 더 하는 것이 된다.
일본에서 예선을 치르는 팀 중에는 아르헨티나 잉글랜드 이탈리아 등 우승 후보가 많다. 최근 전력이 약화됐다고는 하지만 독일도 전통의 강호임에는 틀림없다. 북유럽의 복병 스웨덴과 아프리카의 맹주 나이지리아도 결코 승리를 상대에게 양보할 만한 팀은 아니다.
아르헨티나의 가브리엘 바티스투타와 에르난 크레스포는 모두 득점왕을 노릴 만한 기량을 갖췄다. 그러나 우선 팀내 주전 경쟁에서 라이벌을 물리쳐야 한다.
역대 한 대회 개인 최고 득점기록(6골) 경신을 노리고 있는 바티스투타는 최근 일본 J리그 가시마팀과의 연습경기에서 혼자 4골을 넣는 괴력을 발휘했다. 반면 이 경기에서 크레스포는 무득점. 하지만 상황은 그것으로 끝난 것은 아니었다. 아르헨티나의 마르셀로 비엘사 감독은 이후 자체 연습에서 크레스포를 팀의 주전 선수들이 대부분 뛰는 팀에 넣은 반면, 바티스투타는 백업 멤버들과 호흡을 맞추게 했다. 아무래도 크레스포쪽이 감독의 신임을 얻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누가 원톱이 되느냐가 우선 중요하다.
잉글랜드는 마이클 오언이라는 걸출한 스타를 보유하고 있다. 오언에게는 오른쪽 미드필드에서 찔러주는 데이비드 베컴의 크로스 패스가 ‘천군만마’ 같은 지원이 될 수 있다. 30일 베컴이 ‘90분 출장 가능’을 선언한 것은 누구보다 오언에게 반가운 소식이다.
스웨덴의 헨리크 라르손도 빼놓을 수 없는 ‘득점 기계’. 예선 10경기에서 8득점을 올리는 경이적인 결정력을 과시했다. 그러나 라르손을 도와야 할 미드필더 프레드리크 융베리가 일본에서 허리를 다쳐 제 컨디션이 아닌 것은 마이너스 요인이다.
나이지리아에는 누앙쿼 카누가 있고, 그를 지원하는 오거스틴 오코차가 있다. 하지만 불행한 것은 아르헨티나 잉글랜드 스웨덴 나이지리아 중 2팀은 3경기만을 치르고 더 이상 경기를 할 수 없다는 점. 모두 ‘죽음의 조’인 F조에 속한 탓이다.
이런 식이라면 스포트라이트는 이탈리아의 크리스티안 비에리에게 돌아가게 된다. 비에리는 이번 대회의 가장 강력한 득점왕 후보다. 투톱 파트너 필리포 인차기가 부상당하면서 이탈리아의 조반니 트라파토니 감독이 비에리에게 거는 기대는 더욱 커졌다. 무엇보다 G조 상대들이 이탈리아보다는 한 수 아래의 팀이라는 것이 다행이다. 더구나 이탈리아에는 프란체스코 토티라는 세계적인 ‘찬스 메이커’가 있다.
한국에서 경기를 갖는 팀 중에서는 다비드 트레제게, 티에리 앙리(이상 프랑스), 호나우두, 히바우두(이상 브라질), 곤살레스 라울, 디에고 트리스탄(이상 스페인) 등이 득점왕을 노리고 있다.
요코하마〓주성원기자 s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