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프랑스 함께 16강 가자' (사진:특별취재팀)
환호, 흥분, 열광….
전 세계인의 눈과 귀가 쏠린 가운데 31일 2002한일월드컵의 개막식과 개막전이 치러진 서울 마포구 상암동 월드컵경기장은 ‘지구촌 축제의 장(場)’ 그 자체였다.
○…이날 오후 7시반부터 1시간 동안 진행된 개막행사는 한국인의 저력을 세계에 아낌없이 보여준 한마당이었다. 경기장을 가득 메운 6만여명의 관중은 분위기에 도취돼 함성을 지르고 소고를 두드리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회사원 한신씨(38·서울 강북구)는 “내가 한국인이라는 사실이, 우리가 이런 무대를 마련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며 감격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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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치러진 프랑스와 세네갈간의 개막전에서 멋진 플레이와 슈팅이 나올 때마다 관중은 팀을 불문하고 함성과 박수로 열렬히 응원했다. 아마추어 축구단에서 뛰고 있다는 김형선씨(29·서울 은평구 갈현동)는 “앙리, 트레제게 같은 세계적인 선수들이 뛰는 모습을 눈앞에서 직접 볼 수 있다니 꿈만 같다”고 말했다.
○…이날 경기장 전광판에는 경기장의 함성을 오디오의 음량표시기처럼 나타내 관중의 열기를 전해 관심을 끌었다. 전반 22분경 프랑스 앙리의 패스를 트레제게가 날린 슛이 아깝게 골포스트를 맞고 나올 때 음량표시기는 잠깐 동안 최고로 올랐지만 29분 세네갈의 파프 부바 디오프의 첫골이 터지자 최고조에서 내려올 줄을 몰랐다.
○…경기가 끝난 뒤에도 일부 관중은 인근 난지도 상공에서 터지는 불꽃놀이와 세네갈 응원단의 승리 축제를 함께 즐기느라 한동안 자리를 뜨지 않았다. 그러나 대부분의 관중은 때마침 내린 비 때문에 서둘러 자리를 떠 인근 전철역으로 몰리는 바람에 이 일대가 한때 큰 혼잡을 빚었다.
○…개막식 전 경기장 주변은 오전부터 몰려든 10만여명의 내외국인이 각종 이벤트를 즐기며 축제 무드를 한껏 돋구었다. 그러나 개막식이 시작된 오후 7시반까지도 제때 입장하지 못한 관중이 많아 6만4677석의 경기장은 프랑스-세네갈 개막전 시작 30분 전까지도 빈 좌석이 곳곳에 눈에 띄었다.
○…시민들이 개막식과 개막전을 TV로 보기 위해 일찍 귀가해 서울 시내의 음식점과 술집 등은 개점 휴업상태였고 차량 소통도 크게 줄었다. 이날 오후 8시경 평소 손님들로 붐볐던 서울 중구 무교동 Y음식점에는 10여명의 손님들만이 썰렁하게 자리를 차지했다. 서울 강남구 M룸살롱 주인 김모씨(33·여)는 “일주일 가운데 가장 손님이 많은 금요일 저녁 9시면 모든 방의 예약이 끝나는데 오늘은 단 한 방만 예약된 상태”라고 말했다.
○…경기 수원시 장안구 송죽동 만석공원 1만평에 마련된 ‘월드빌리지’에는 대형 스크린이 설치돼 개막전을 관람하려는 외국인과 수원시민 등 4000여명이 몰려 성황을 이뤘다. 전반에 세네갈팀이 첫 골을 터뜨리자 시민들은 “월드컵 개막전답게 이변이 일어나고 있다”고 환호하면서 “한국도 16강 진출을 반드시 이룰 것”이라며 희망을 나타냈다.
이진구기자 sys1201@donga.com
민동용기자 min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