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2002월드컵]아! 프랑스…개막전 징크스 '악몽'

입력 | 2002-06-01 00:09:00

세네갈의 골문으로 쇄도하던 프랑스의 비에라(中)가 세네갈의 알리우 시세(아래)의 태클에 걸려 공을 뺏기고 있다.


모두가 ‘이변은 단지 이변일 뿐’이라고 했다. 하지만 31일 서울 상암동 월드컵경기장은 아프리카 ‘테랑가의 사자’ 세네갈에 2002월드컵축구 개막전 승리의 축복을 내렸다.

모국 프랑스를 이긴 브뤼노 메추 세네갈 감독은 경기 직후 양팔을 번쩍 치켜들고 그라운드로 걸어나가 전사들을 맞았고 본부석 오른쪽 스탠드를 가득 메운 세네갈 응원단은 흩뿌리는 빗물 속에 기쁨의 눈물을 보탰다.

▼관련기사▼

- 첫게임 첫골 세네갈 부바 디오프
- 벤치의 지단 "이럴수가"
- 허정무 "지단공백 너무 컸다"
- 골대만 3번 맞힌 ‘신의 장난’
- ‘리틀 프랑스’ 세네갈…처녀출전 기적 연출
- 한국인 서포터스 응원도 세네갈 승리 한몫
- "휘슬 울렸다" 골…골…골…
- 관중들 세네갈 응원…佛응원단 위축

경기전 방송에 출연, “힘을 내라, 사자들이여. 모든 국민이 여러분을 위해 기도할 것”이라며 격려를 보내는 한편 특사를 파견했던 압둘라예 와데 세네갈 대통령은 모든 국민과 함께 이 감격스러운 장면을 TV를 통해 지켜봤다.

90년 이탈리아월드컵 개막전에서 카메룬이 지난 대회 우승팀인 아르헨티나를 격침시킨 이후 12년 만에 또 한번의 월드컵 개막전 이변이 ‘아프리카의 힘’에 의해 탄생한 것이다.

이날 개막전에 나선 세네갈은 1960년 프랑스 식민 통치에서 벗어난 후 사상 처음으로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은 ‘풋내기’였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도 42위로 세계 최강 프랑스와의 경기는 애초부터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으로 비유됐다. 세계적인 축구 도박사들도 모두 70% 이상의 확률로 프랑스의 당연한 승리를 점쳤다.

그러나 ‘검은 전사’들은 이 모든 선입견을 거부했다. 경기 초반 엉성해 보이는 조직력에 불안감을 자아냈지만 위축되지 않고 최강 프랑스에 당당히 맞섰다. 주전 대부분이 프랑스에서 뛰고 있었지만 테랑가의 전사들은 유럽축구의 조직화된 틀을 거부했다. 프랑스의 공격이 화력을 더하면 더할수록 먹이를 노리는 사자처럼 상대 수비의 허점을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고무줄처럼 탄력 있는 순간스피드와 감각적인 볼터치…. 세네갈의 반격이 탄력을 받자 아프리카의 흙냄새를 잊은 지 오래된 프랑스의 검은 수비라인이 허물어지기 시작했다.


전반 30분. 세네갈 왼쪽 윙백 다프의 긴 패스가 디우프의 발 끝에 닿는 순간 프랑스의 최종수비수 르뵈프가 거친 숨을 내쉬며 달려들었다. 하지만 디우프는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가볍게 그를 제친 후 그대로 왼쪽 사이드라인을 타고 번개같이 내달렸다.

엔드라인 바로 앞에 멈춰선 디우프가 몸을 돌려 낮고 강하게 찬 볼이 미사일처럼 날아드는 순간 프티가 허겁지겁 달려들었다. 걷어내려던 볼은 오히려 골키퍼 바르테즈를 맞혔고 볼은 옆으로 흘러 내렸다. 마치 이 순간을 기다렸다는 듯 부바 디오프는 발로 볼을 밀어넣었다. 세계 최고의 골키퍼라는 바르테즈는 물론 이 순간 프랑스 선수들은 모두 뼈아픈 실책에 통한의 눈물을 흘려야했다.

▼양팀 감독의 말▼

▽브뤼노 메추 세네갈 감독〓결과는 꿈같지만 결코 기적은 아니다. 조추첨 때 프랑스와 한팀이 돼 고민을 많이 했다. 그러나 강팀을 만났다는 것보다 우리가 얼마나 열심히 하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우리는 지난 8개월 동안 이번 월드컵을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해왔다. 그것이 이런 결과로 나왔을 뿐이다. 이제 우리도 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로제 르메르 프랑스 감독〓지네딘 지단의 공백이 컸다. 운도 따르지 않았다. 경기 전까지만 해도 세네갈은 우리에게 안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막상 경기가 시작되자 그게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세네갈은 아주 조직적으로 싸웠다. 너무 탄탄한 조직력을 보여줘 우리 선수들이 제대로 공략하지 못했다. 우리 친구 나라인 세네갈이 이겨 기쁘다. 축하한다. 우리 선수들을 좀더 분발시켜야겠다.

특별취재팀기자 bae2150@donga.com

▽스포츠레저부〓배극인 양종구 황진영기자

▽사회1부〓이훈 이진구 민동용기자

▽문화부〓허엽차장대우

▽사진부〓김경제차장대우 김동주 이훈구 신원건 변영욱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