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팅수 15대 6, 코너킥 10대 0.’
기록만 놓고 본다면 프랑스가 압도적으로 앞섰다. 그러나 결과는 프랑스가 졌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우선 프랑스는 플레이메이커 지네딘 지단의 공백이 너무 컸다. 대타로 나선 조르카에프의 더딘 패스는 앙리와 트레제게의 스피드를 쫓아가기에 역부족이었고 오히려 발빠른 세네갈 수비라인에 차단당해 번번이 역습을 허용했다.
노쇠한 프랑스 수비라인도 세네갈의 공격을 막아내기에 힘겨웠다. 체력이 부족하다 보니 제대로 백업이 안됐고 숱한 위기를 자초했다. 첫 골 상황 때도 프랑스는 르뵈프가 디우프를 놓친 후 전원 자기진영 문전으로 향했다.
힘이 있었다면 당연히 디우프를 쫓아가 압박해 강력한 센터링 찬스를 막아내야 했다.
반면 수비 후 역습 위주로 나선 세네갈의 공격은 돋보였다. 전방 공격라인이 프랑스의 2차례에 비해 무려 11차례나 오프사이드 트랩에 걸렸지만 단 한번에 연결되는 긴 패스와 빠른 발을 이용해 끊임없이 상대 수비 뒷공간을 노렸고 결과적으로 프랑스가 효과적인 공격에 나설 수 없도록 발을 묶었다.
세네갈의 역습은 탄탄한 수비가 그 원동력이었다. 수비에 치중하지 않는 듯하면서도 순간 위치변동과 지능적인 커버플레이로 끈끈한 방어벽을 형성했고 이는 곧바로 역습 찬스로 연결됐다. 또 세네갈은 위기 때마다 영리한 파울로 상대 공격의 예봉을 차단했다. 전후반 파울 수가 무려 22차례.
세네갈 골키퍼 토니 실바는 박수를 받기에 모자람이 없었다. 활동 반경이 넓고 판단력이 뛰어났다. 이날 세네갈 승리의 일등공신은 실바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프랑스의 대회 2연패는 가시밭길이 될 전망이다. 지단의 부상과 앙리의 컨디션 난조, 대회 개막을 앞두고 다친 재간둥이 피레스의 공백을 넘어서기엔 아무래도 힘겨워 보인다. 세네갈이라고 반드시 돌풍을 장담할 순 없다. 결국 A조 4개팀은 당초 예상과 달리 혼전의 폭풍 속으로 접어들었다.
허정무 본보 자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