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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스마오 동티모르 초대대통령 인터뷰

입력 | 2002-06-01 01:04:00


21세기 최초의 독립국 동티모르의 사나나 구스마오 대통령(58)이 월드컵 개막식에 참석하기 위해 30일 한국을 방문했다.

1975년 동티모르를 강제 합병한 인도네시아에 맞서 무장 게릴라군을 이끌고 싸웠고 오랜 세월을 감옥에서 보낸 독립지도자. “독립투쟁 지도자들은 신생국에서 더 할 일이 없다”면서 출마를 사양했으나 88만 동티모르인들의 강력한 요청으로 마침내 지난달 16일 대통령선거에서 당선됐다. 한국은 그의 첫 방문국이다.

31일 롯데 호텔에 머무르고 있는 구스마오 대통령과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호세 라모스 오르타 외무장관을 인터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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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스마오는 누구인가

구스마오 대통령은 험한 역경을 넘어온 지도자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만큼 밝고 경쾌한 모습이었다. 월드컵에서 어느 팀을 응원할 것이냐는 질문부터 던졌다. 인터뷰 전 그의 보좌관은 그가 열렬한 축구광이라고 귀띔해 줬다.

“믿지 않으실지 모르지만 한국팀을 응원할 겁니다. 우리 동티모르가 월드컵에 출전할 때까지는요(웃음). 한국은 역사적으로 우리와 많은 공통점이 있고 동티모르에 평화유지군을 파견해줘 각별한 애정과 고마움을 느끼고 있습니다. 축구는 단순한 운동경기 그 이상의 의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저 역시 암울했던 수형 시절, 교도소 친구들과 축구 경기를 하며 마음을 다스렸습니다. 수감된 친구들과 팀을 짜고 인근 대학생들을 감옥으로 불러 함께 경기를 펼치곤 했습니다. 이길 때마다 브라질팀보다 우리가 낫다고 활짝 웃으며 시대의 아픔을 잠시 잊은 기억이 납니다.”

-독립국가의 첫 대통령으로서 동티모르의 미래를 어떻게 이끌어 가실 생각입니까.

“가난을 먼저 극복해야 합니다. 동티모르 인구의 54%가 20세 미만의 젊은이들입니다. 하지만 대다수가 아직 일자리가 없거나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했습니다. 이들을 어떻게 키우느냐에 따라 국가의 미래가 결정된다고 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외국 기업들의 투자를 유치하고 직업훈련 프로그램 등을 활성화해야겠죠. 국민이 좀더 적극적으로 사회 정치적 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정부에 대한 신뢰를 하루 빨리 심어줘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습니다. 하지만 높은 교육열, 풍부한 천연가스 자원, 독립을 이뤄낸 국민의 자부심에 비춰볼 때 동티모르의 앞날은 밝다고 확신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공용어인 포르투갈어를 사용하는 국민이 5%에 불과한 상황에서 어떻게 사회통합을 이룰 수 있습니까.

“언어는 단순한 말과 글이 아니라 사회를 통합하는 문화적 기호입니다. 이런 측면에서 동티모르가 넘어야 할 산이 높습니다. 하지만 인도네시아의 경우를 봐도 1970년대 0.005% 정도의 극소수만 사용했던 인도네시아어를 적극 권장, 지금은 명실상부한 공식언어로 자리잡지 않았습니까. 문제는 얼마나 일관된 정책으로 이 같은 난관을 꾸준히 극복해나가느냐에 달려있습니다.”

-동티모르는 석유와 천연가스 자원이 풍부하지만 아직까지는 사회간접자본이 취약하고 외국자본에 대한 의존도가 높습니다. 어떤 경제 청사진을 갖고 계십니까.

“지난달 중순 수도 딜리에서 있었던 유엔, 세계은행 그리고 지원국들 회의에서 동티모르는 예상보다 많은 3억달러의 지원을 약속받았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먼저 교육과 보건 분야 발전에 힘을 쏟을 것입니다. 내년 예산의 50%를 이 분야에 투자할 계획이죠. 한국의 경제발전 모델도 우리에게는 큰 참고 자료가 될 것입니다.” (오르타 외무장관)

인고의 세월을 어떻게 극복해왔는지를 마지막 질문으로 던졌다. 그는 잠시 생각에 잠기다가 느릿느릿 입을 열었다.

“참 많이들 죽었어요.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데 내 눈앞에서, 내 품에서 수많은 동지들이 죽어갈 때마다 자괴감에 사로잡혔습니다. 하지만 ‘끝까지 싸워 달라’며 죽는 순간까지 나라를 걱정하던 동지들의 눈빛을 잊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들 때문에 오늘까지 버텨왔어요.”

김정안기자 cred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