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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월드컵]"이럴수도 있나…" 넋나간 파리

입력 | 2002-06-01 02:07:00


“몽 디외(Mon Dieu·오 하나님)!”

31일 프랑스 파리의 한국대사관(대사 장재룡·張在龍) 강당에서 프랑스-세네갈전을 관람한 프랑스인 200여명은 경기가 끝나자 탄성을 질렀다. 한국대사관 측은 이날 월드컵과 한국 홍보 차원에서 대형TV를 설치하고 프랑스 인사들을 초청했다.

일부 프랑스인들은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으며 경기가 끝난 뒤에도 강당을 떠나지 않은 채 “엥크루와야블(Incroyable·믿을 수 없다)”을 연발했다.

대 세네갈전 패배는 축구 강국 프랑스에 엄청난 충격파를 던졌다. 지난해 우승팀이 처녀 출전팀에게, 그것도 자신들의 식민지였던 국가에 패배하자 받아들일 수 없다는 분위기다.

이날 강당에서 개막전을 본 프랑스인 가운데는 “지네딘 지단의 공백이 크다”고 말하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 지단이 없어 최종 공격수에게 볼 배급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나름대로의 해설을 하는 사람도 있었다. 벤치에 앉아 있는 지단의 모습이 TV에 비칠 때마다 한숨을 내쉬는 사람이 많았다.

파리 시민 가운데는 대낮부터 카페에서 맥주를 마시며 울분을 토로하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프랑스인 초청행사를 가진 한국대사관 측도 “프랑스가 이겼더라면 이 행사가 더 빛났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프랑스 언론들은 “축구 강국 프랑스의 자존심이 땅에 떨어졌다”고 보도했다. 일부 언론은 선수 세대교체를 하지 않은 채 지난 대회 선수 중심으로 내보낸 것이 패인이라고 지적했다.

세네갈 선수 가운데 프랑스 1부리그에서 뛰는 선수가 많아 프랑스 축구의 장단점을 파악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날 프랑스는 사실상 휴무였다. 전통적으로 사무실이나 작업실에 TV를 두지 않는 프랑스지만 경기를 앞두고 사무실용 TV 구입이 크게 늘었다고 프랑스 언론은 전했다. TV가 없는 사무실에서는 대규모 휴가 사태가 벌어졌다.

경기 시작 시간인 오후 1시반 직전에는 집에 가서 TV를 보려는 직장인들로 파리 시내에 교통 체증이 빚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