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 베컴(左)이 1일 팀 훈련에서 수비수 개리스 사우스게이트를 등지고 볼을 다루고 있다.
피할 수 없는 운명의 승부, 드디어 시작됐다. ‘죽음의 조’ F조에 속한 강호들이 2일 일본에서 나란히 첫 경기를 갖는다.
오후 2시30분 이바라키 경기장에서는 아르헨티나와 나이지리아가 맞붙고, 이어 오후 6시30분에는 잉글랜드와 스웨덴이 일전을 치른다. 어느 팀이든 첫 경기의 승패가 16강 진출 여부를 가늠하게 될 듯. 예선 통과가 결승 토너먼트에서 8강에 진출하는 것보다 더 어려울지도 모른다.
고국을 상대로 첫 경기를 벌여야 하는 스벤 고란 에릭손 잉글랜드대표팀 감독은 “스웨덴과 불꽃 튀기는 경기를 하게 될 것”이라고 표현했다. 세계 최고 수준의 팀을 이끄는 세계 최고 수준의 감독도 승리를 자신하지 못할 정도로 경쟁이 치열하다.
아르헨티나는 16강에 가장 가까운 팀으로 꼽힌다. 아르헨티나의 노장 스트라이커 가브리엘 바티스투타(33)는 1일 “이번 대회를 마지막으로 대표팀에서 은퇴하겠다”고 선언했다. 바티스투타는 “4년 전에 비해 많은 경험을 쌓았으므로 꼭 우승컵을 가져갈 것”이라며 마지막 월드컵을 향한 전의를 불태웠다. 아르헨티나는 후안 세바스티안 베론을 축으로 아리엘 오르테가, 킬리 곤살레스, 파블로 아이마르, 디에고 시메오네 등 가장 ‘튼튼한 허리’를 가진 팀으로 평가된다. 여기에 바티스투타와 에르난 크레스포 등 날카로운 공격력이 더해진다.
잉글랜드는 데이비드 베컴이 부상에서 빠르게 회복하는 것이 큰 힘이 되고 있다. 베컴의 컨디션 고조는 선수단의 자신감 회복과도 직결된다. 찬스를 찾아내는 데는 천부적인 재능을 가진 골잡이 마이클 오언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
잉글랜드와 첫 경기를 치르는 스웨덴은 헨리크 라르손이 오언의 공격에 맞불을 놓는다. 라르손은 폭넓은 움직임과 시야가 돋보이는 선수다. 잉글랜드의 전력이 나아졌다지만 오히려 여유 있는 쪽은 스웨덴. 스웨덴은 지난 34년간 잉글랜드에 져본 적이 없다. 90년 이후 성적만 2승3무. 그야말로 ‘잉글랜드 킬러’인 셈이다.
나이지리아는 98년 프랑스대회에서도 ‘죽음의 조’에 속했었다. 당시 스페인을 무너뜨리고 예선을 통과하며 이변을 일으켰던 팀. 무엇보다 어느 팀을 만나도 기가 죽지 않는 파이팅이 일품이다. 누앙쿼 카누가 공격 첨병에 선다.
니가타〓주성원기자 s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