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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감청법’ 거꾸로 가나

입력 | 2002-06-01 22:43:00


정보통신부가 입법예고한 통신비밀보호법 시행규칙 개정안은 사법경찰관이 법원에 허가를 신청하지 않은 상태에서 12시간 이내 긴급 감청할 권한을 부여해 개인의 통신 비밀을 침해할 독소조항을 지니고 있다.

통신비밀보호법은 통신업자가 12시간 이내에 정보수사 기관장(경찰서장 등)의 확인서를 가져오지 않으면 감청 협조를 중단하도록 돼 있다. 따라서 11시간59분 동안은 기관장의 확인서도 없이 경찰관의 임의 감청이 가능하다고 해석할 수 있다. 30시간 이내에 검사의 승인서를 가져오지 않으면 통신사업자는 즉각 감청 협조를 중단하도록 돼 있어 정보수사 기관장의 확인서만으로 29시간59분 동안 전화와 e메일 등에 대한 합법적인 감청이 가능하다.

통신비밀보호법에는 경찰이 법원의 허가가 떨어질 때까지 기다릴 여유가 없어 긴급 감청을 하더라도 지체 없이 법원에 허가 청구를 해야 하고 36시간 이내에 법원의 허가를 얻지 못하면 즉시 중지하도록 돼 있다. 모법에 감청 개시와 동시에 법원에 허가 청구를 하도록 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행규칙에서 12시간 또는 30시간 여유를 둔 것은 모법이 위임한 범위를 벗어난다. 사법경찰관의 재량에 의한 감청을 막으려면 통신업자가 경찰관이 허가 신청 서류를 가져오지 않으면 감청 협조를 하지 못하도록 하고 감청을 개시했더라도 허가 신청이 기각되면 즉시 중단하도록 해야 한다.

입법예고 과정에서 대한변협이 시행규칙의 허점에 대해 이의를 제기했는데도 정보통신부는 법무부와 법제처가 반대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6월 중 시행방침을 확정했다고 한다. 감청 관련 법규는 경찰관의 자유 재량에 의해 통신 비밀의 권리가 침해되지 않도록 최대한 엄격한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

모든 국민은 헌법 제18조에 의해 통신의 비밀을 침해받지 않을 권리를 가진다. 정통부가 입법예고 중인 통신비밀보호법 시행규칙 개정안은 통신 비밀의 권리를 침해할 위험성을 지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