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오후 우루과이와 덴마크전이 열린 울산 문수월드컵경기장.
인근 아파트단지와 연결돼 가장 많은 관람객들이 몰리는 북측 출입구 앞 지하보도를 나서는 순간 나이 지긋한 할머니가 다가선다. 표를 사라는 것. 표가 필요없다고 하자 이번에는 가지고 있는 표를 팔라고 제의한다. 물론 정상가를 다 주겠다는 건 아니었다.
한국의 어느 경기장에서나 볼 수 있는 암표상이 월드컵경기장에도 등장한 것이다. 월드컵의 경우 사전 예매가 필수이고 입장권 구입자의 명의변경이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암표상이 원천적으로 발을 붙이지 못할 것으로 전망됐으나 최근 명의변경이 허용되며 이들 암표상이 활개칠 수 있게 된 것.
이 때문에 ‘주요 경기엔 반드시 암표상이 몰린다’는 불문율은 월드컵경기장에서도 깨지지 않았다.
그러나 달라진 것도 있다. 가장 눈에 띈 것은 경찰이 철저히 통제한 덕에 노점상이 점령했던 경기장 주변이 관람객들에게 되돌려진 것. 덕분에 경기장을 일찍 찾은 관람객들은 잘 꾸며진 경기장 곳곳을 여유롭게 산책하며 기념사진을 찍는 등 마치 고급 공연장에 온 것 같은 느낌을 갖기에 충분했다.
관람객들의 경기 집중력도 높아졌다. 그동안 국내 어느 경기장에서나 막대풍선이 경기장을 점령하는 바람에 차분한 경기관람은 꿈도 꿀 수 없었다. 그러나 월드컵기간 중에는 경기장내로 막대풍선은 물론 휘슬 등 경기진행 및 안전에 방해되는 물품의 반입이 금지되며 관중이 경기에만 집중할 수 있게 돼 경기흐름과 하나된 열띤 응원이 가능하게 됐다. 경기와 동떨어진 ‘응원을 위한 응원’은 아예 사라지게 된 것.
관람객으로선 이런 것들이 강요된 선택이고 인위적인 규정이라 기분이 나쁠 수도 있다. 하지만 월드컵을 계기로 한국의 경기장 관람문화가 획기적으로 개선될 수 있는 여건은 조성된 셈이다. 앞으로 한 달 동안 이를 얼마나 우리 것으로 수용할지는 국민의 몫이다.
울산〓김상호기자 hyangs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