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들 땀방울까지 보이는 자리.”
“정말 끝내주는 자리. 경기장에 가서 직접 확인했습니다.”
월드컵 경기 입장권 ‘장외 판매전’이 치열하다. 인터넷 공개 시장에는 기발한 광고 문구가 등장했고 1 대 1 거래가 특징인 오프라인 암시장에서도 입장권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인터넷상에선 수요공급의 원칙에 따라 적정 가격(?)이 형성되고 있으나 암시장에선 부르는 게 값이다.
현재 다음 프리챌 등 인터넷 사이트에는 입장권을 거래할 수 있는 동호회가 20여곳 개설돼 있다. ‘월드컵 티켓 트레이드센터 카페’(다음)의 회원 수는 무려 9000여명. 수천명이 인터넷에서 경쟁하기 때문에 가격 결정 시스템이 자연스럽게 작동하고 있다.
4일 열리는 한국-폴란드전 1등석 입장권 값은 30만∼40만원선. 2등석은 25만원선, 3등석은 18만∼20만원선에서 팔리고 있다. 원래 가격은 1등석 19만2000원, 2등석 12만8000원, 3등석 7만6800원. 공개 거래가 이뤄지면서 당초 예상과 달리 터무니없는 웃돈은 거의 사라졌다.
한국전 등 인기 경기 입장권은 높은 프리미엄이 붙었지만 비인기 경기는 ‘원가’보다 낮은 가격에 거래된다.
“중국-코스타리카전 입장권 3만원 할인해서 팝니다. 가격 파괴!” “중국전 1등석 3장 50만원.”
중국전 입장권은 천덕꾸러기다. 중국 관광객 특수를 기대하며 대거 입장권을 확보한 ‘장사꾼’들이 예상이 빗나가자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헐값에 내놓고 있다. 중국 거래처 접대용으로 표를 산 기업들도 표를 내놓고 있어 가격 하락폭이 커지고 있다.
암표는 ‘시간 장사’라는 속성은 여전하다. 경기 시간이 가까워올수록 암표 값은 떨어져 개막전 입장권도 원가 이하로 거래되기도 했다.
‘적정 가격’이 없는 오프라인 암시장은 가격 변동이 더 심하다. 개막전 1등석 입장권 50장을 확보했던 한 여행사 사장 김모씨(48)는 “월드컵 여행 상품 판매가 불발돼 입장권을 일반인들에게 팔았다”면서 “지난달 29일 장당 50만∼135만원에 모두 팔았다”고 말했다. 원래 가격은 60만원. 입장권 암거래가 활발하다보니 여러 가지 소문도 나돌고 있다. ‘붉은 악마’ 홈페이지에는 위조 입장권이 발견됐다는 글이 올라 있으며 위조 입장권 식별 요령도 인터넷을 통해 확산되고 있다.
경찰청은 1일 “아직 위조 입장권이 신고되거나 적발된 적은 없다”며 “개막식 날 30대 백인 남자가 조잡한 위조 입장권을 판매했다는 첩보를 입수해 진위를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지난달 31일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 주변에서 입장권 10여장을 판 영국인 남자 한 명을 붙잡아 조사했으나 입장권을 원가 이하로 판매한 것으로 밝혀져 훈방했다.
이완배기자 roryrery@donga.com
이진구기자 sys120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