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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월드컵]앗! 전설의 스코어가…

입력 | 2002-06-02 01:45:00

독일의 토마스 링케가 1일 사우디와의 경기에서 후반 28분 헤딩슛으로 팀의 6번째 골을 성공시키고 있다.


한국이 헝가리에 월드컵 사상 최다골차인 0-9 완패를 당했던 것은 1954년 스위스월드컵에서였다. 또 자이르가 유고에 같은 점수로 패한 것은 74년 서독월드컵, 엘살바도르가 헝가리에 1-10으로 패한 것은 82년 스페인월드컵에서였다.

두 번째인 8골차 승부도 38년 프랑스월드컵 쿠바-스웨덴전(0-8), 50년 브라질월드컵 볼리비아-우루과이전(0-8)이 마지막이었다.

82년 스페인대회를 제외하곤 모두 월드컵 초창기의 일이었다. 1980년대 이후 축구 변방에 머물던 아시아, 아프리카 축구가 도약해 유럽 축구와 어느 정도 전력 평준화를 이뤄나가면서 이런 스코어차는 전설 속에 묻히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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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차 군단’ 독일이 1일 묵은 전설을 다시 끄집어냈다. 독일은 이날 일본 삿포로에서 열린 사우디아라비아와의 E조 두 번째 경기에서 대회 첫 해트트릭의 영예를 차지한 미로슬라프 클로제(24·카이저스라우테른)의 3골 1도움을 앞세워 8-0으로 압승했다.

사우디는 아시아지역 예선 14경기에서 47골을 넣어 이번 월드컵 본선 진출 32개국 중 예선 최다골을 기록했던 팀이다. 걸프 지역 국가 중 처음으로 3회 연속 본선 진출의 위업을 달성했고 94년 미국월드컵 2회전 진출 이후 수백만달러를 축구 발전에 쏟아부었다. 하지만 이 모든 영예를 이날 단 90분 만에 눈물 속에 날려버리고 말았다.

1m94, 90㎏의 거한 카르스텐 양커를 최전방에 앞세워 상대 수비라인을 휘젓던 독일은 전반 20분 ‘샛별’ 발락의 정확한 왼쪽 센터링을 클로제가 그림 같은 헤딩슛으로 연결해 선취골을 뽑아냈다. 클로제는 불과 5분 후 다시 한 번 발락의 왼쪽 센터링을 헤딩골로 연결하며 팀의 2골차 리드를 이끌었다.

잔뜩 움츠러든 사우디가 필사적으로 수비에 나섰지만 게르만 전사들은 아직 몸도 덜 풀린 상태였다. 40분 발락의 헤딩 추가골이 터진 데 이어 전반 인저리타임 때는 양커가 클로제의 감각적인 뒷발 패스를 4호골로 연결했다.

후반들어서도 독일은 포문을 닫지 않았다. 25분 클로제가 해트트릭을 완성한 팀 5호골을 시작으로 링케(28분), 비어호프(38분), 슈나이더(45분)가 릴레이 골을 터뜨리며 사우디 문전을 초토화했다.

이날 대회 초반 최대의 화제를 낳은 양 팀 축구팬은 각각 감독의 얼굴을 먼저 떠올렸다. 사우디는 상승세를 타던 지역예선 때 별 이유없이 두 차례나 유럽 출신 감독을 경질해 스스로 일관성을 내버렸다. 반면 독일은 코카인 복용 혐의로 물러난 크리스토프 다움 감독 후보 대신 얼떨결에 사령탑에 오른 ‘풋내기’ 루디 D러 감독을 끝까지 지켜봤고 결국 그는 힘겨웠지만 팀을 본선에 올린 데 이어 이날 월드컵 첫 경기 대승으로 독일 축구의 ‘화려한 부활’을 알렸다.

배극인기자 bae2150@donga.com

도쿄〓조헌주기자 hans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