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경제포커스]모델하우스 보고 “와!”…오른분양가 보고 “윽!”

입력 | 2002-06-02 17:20:00


요즘 아파트 모델하우스를 보면 입이 딱 벌어진다. 구식 아파트에 비해 놀랄 만큼 넓어진 내부 공간, 세련된 마감재, 부부 생활을 철저하게 보장하는 평면….

하지만 가격을 알아보면 또 한번 놀란다. 서울에서 분양되는 30평형대 분양가는 3억원에 육박한다. 올해 들어서만 12%가량 올랐다. 도시근로자의 올해 1·4분기(1∼3월) 월 평균 소득이 278만8000원인 점을 감안하면 꼬박 9년 동안 고스란히 월급을 모아야 살 수 있다.

건설업체들은 분양가 자율화 이후 눈에 띄게 향상된 품질을 고려하면 분양가 상승은 당연하다고 주장한다.

실제 99년 이후 아파트 품질은 괄목할 정도로 좋아졌다는 게 중평(衆評)이다. 이는 문화관광부의 건축저작물(설계도면) 저작권 등록 현황에서도 알 수 있다. 98년 단 1건이었던 저작권 등록건수는 99년 78건, 2000년 453건, 2001년 262건으로 늘었다. 특히 2000년 등록건수는 그해 새로 등록된 전체 저작물의 23%를 차지해 분야별 집계에서 2위에 올랐다.

그럼에도 품질 고급화가 분양가 상승의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는 게 소비자들의 ‘정서’다.

우림건설이 지난달 초 서울 강서구 화곡동에 선보인 28평형 평면도.

▽품질‘업그레이드’〓소형은 기능성, 중대형은 조망 채광 통풍 효과를 극대화하는 게 요즘의 추세.

우림건설이 지난달 초 서울 강서구 화곡동에 선보인 28평형 아파트는 침실이 4개나 된다. 20평형대 아파트에 방을 4개나 들인 사례는 이번이 처음.

우림건설 김태완 분양팀장은 “자녀가 둘 이상 있는 가족이 각자의 독립침실을 갖기 위해 집을 넓혀 가는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이런 설계를 도입했다”고 말했다.

삼성물산은 18평형 아파트에 화장실 2개를 마련해 호평을 받았다. 부부용을 따로 배치해 소형평형에서도 자녀들과 분리된 독립적인 생활이 가능하다는 것.

동일토건은 최근 충남 천안에서 분양한 33평형 아파트에 ‘3.5베이(bay) 설계’를 도입했다. 이는 남쪽으로 향한 면에 거실과 방 3개를 나란히 배치한 평면이다. 방마다 햇볕이 잘 드는 게 장점. 동일토건 측은 일반 평면보다 건축비가 10%가량 더 든다고 설명했다.

쌍용건설은 4월 부산 구서동에서 분양한 50평형 아파트에 ‘날개’가 달린 평면을 적용해 화제가 됐다. 한쪽 벽에 부채꼴 모양의 날개 방을 달아 3면 조망이 가능하도록 설계한 것. 쌍용은 복층으로 시공하는 62평형 거실에는 두 개 층을 연결하는 대형 통유리를 달아 전망대에 서 있는 느낌을 주는 평면도 선보였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서울 용산구 동부이촌동에 새로 짓는 아파트 벽면을 유리로 처리했다.

▽아파트에도 ‘명품(名品)’ 바람〓삼성물산 건설부문은 버버리나 닥스 등 세계적인 명품들이 수십년 동안 고유 디자인 체계를 고집, 브랜드 가치를 높였다는 점에 착안해 최근 ‘아파트 명품’ 개발 작업에 착수했다.

국민대 테크노디자인 대학원 교수팀과 산학협동으로 실시하는 이번 연구는 내부 인테리어, 외부 디자인, 조경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미 외관을 새시가 아닌 색유리로 처리하고 조경은 호텔신라에서 적용한 한국식 정원개념을 도입하는 등 부분적으로 명품 만들기 작업이 진행중이다.

이 회사 이상대(李相大) 사장은 “아파트 안팎에 삼성만의 통일성을 부여해 차별화된 브랜드로 키워갈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건설이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마련한 주택문화관.

현대건설도 뒤질세라 지난달 중순 서울 강남에 1800평 규모의 주택문화관을 개설하고 ‘신개념 평면’을 선보였다. 디지털 우편함, 무인택배시스템 등 첨단기능이 전시돼 있다.

대우건설도 가족 구성원의 특성에 따라 다양한 평면을 내놓으며 명품 경쟁에 가세했다.

장애인이 있는 가정에는 모든 가구의 높이를 휠체어를 탄 사람 위주로 조절하거나 노인이 있는 집에는 천장에 욕실이나 침실로 이동할 수 있는 전동장치를 개설한다든지 하는 게 주내용이다.

▽고급화는 분양가 인상의 면죄부?〓품질 고급화와 분양가 인상은 동전의 양면이라는 게 건설업체들의 주장이다. 반면 소비자단체는 고급화를 인정한다 해도 분양가 상승폭이 지나치게 높다고 지적한다.

A건설사 고위 임원은 “다른 상품에 대해서는 품질 고급화에 따른 가격 상승을 고부가가치 실현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유독 주택은 예외로 치부한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그는 “주택도 일반 상품과 동일하게 간주해야 하며 공공재로서의 기능은 정부가 짓는 임대아파트에 맡겨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소비자문제를 연구하는 시민의 모임’ 김재옥 회장은 “아무리 품질이 좋아졌다고 해도 원가보다 2배 이상 높게 가격을 책정하거나 분양가 상승률이 매년 10% 이상이라면 소비자들의 주거안정을 해치는 횡포”라고 꼬집었다.고기정기자 ko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