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와 정치인은 '베드 펠로우'(bed fellow)".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최신호(1일자)에서 역사에 등장했던 정치인과 축구의 관계를 한 침대를 쓰는 밀월관계에 비유했다.
축구의 대중적 인기를 바탕으로 정계에 뛰어든 축구 구단주는 축구의 정치적 효용성을 극대화한 대표적인 경우.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와 페르난도 콜로르 드 멜로 전 브라질 대통령이 좋은 예다.
멜로 전 대통령은 현 브라질 국가대표팀 감독인 루이스 펠리페 스콜라리 감독 등을 배출한 브라질 명문 축구단 'CSA' 창단주. 이탈리아 프로축구단 'AC 밀란'의 소유주 베를루스코니 총리도 자신이 이끌었던 구단의 명성을 등에 업고 정치적 기반을 다졌다. 축구영웅 펠레가 은퇴한 뒤 브라질 축구부 장관을 역임한 것도 잘 알려진 사실.
국민의 애국심을 한껏 자극하는 축구는 우파 정치인들에겐 귀중한 정치적 자산이다.
최근 프랑스 대선 1차투표에서 돌풍을 일으켰던 극우파 장 마리 르펜 국민전선(FN) 당수는 '축구 덕'을 톡톡히 봤다. 지난해 10월 프랑스-알제리전에서 알제리 응원단이 프랑스 국가가 나오는 도중 야유를 해 경기가 취소되는 사태까지 가자 이를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다. 르펜은 "국가가 나오는데 야유라니…"라며 당시 충격에 휩싸였던 프랑스 국민들을 다독였다.
역시 우파인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도 공개석상에서 98년 프랑스 월드컵 우승을 열광적으로 환영하는 제스처를 보여 추락하고 있던 인기를 반전시켰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전했다.
지나친 애국심은 축구경기를 '준(準) 전시상태'로 몰아가기도 한다.
영국에서는 1966년 월드컵 결승에서 독일을 꺾자 신문 1면에 영국 대표팀 선수들이 사진 합성을 통해 군복을 입은 '전쟁 영웅들'로 등장했을 정도. 88년 유럽 챔피언스리그에서 네덜란드가 독일에 이기자 전체 국민의 60%가 거리로 뛰어나와 승리를 자축했으며 방송사들은 2차대전 당시 참전군인들의 반응까지 보도하는 등 호들갑을 떨었다.
82년 포클랜드 전쟁에서 영국에 참패한 아르헨티나는 86년 월드컵 4강전에서 영국팀을 꺾자 나라 전체가 '영국에 복수했다'는 분위기로 들썩였다. 당시 2골을 넣어 팀을 승리로 이끈 디에고 마라도나는 "영국사람의 호주머니를 턴 기분"이라고 회상했다.
'축구공은 둥글다'는 말처럼 축구가 우파들만의 전유물인 것은 아니다.
최근 프랑스 대선에서 극우파가 약진하자 자유주의 성향 정치인들은 알제리 출신 빈민출신인 지네딘 지단 선수 등 프랑스 국가대표팀의 다양한 인종 구성을 강조하며 일각의 국수주의적 경향을 경계했다. 당시 리오넬 조스팽 총리는 "대표팀보다 더 우리의 단합과 다양성을 잘 나타내주는 것은 없다"고 역설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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