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서울에서 있었던 월드컵 개막전에서 관중석의 한 구역이 통째로 빈 것으로 나타나 국제축구연맹(FIFA)이 진상조사를 벌이고 있다. 이날 빈 좌석은 무려 3500석에 이르렀다니 표를 구하지 못해 입장하지 못한 축구팬들에게는 어이없는 일이다. 컴퓨터 착오로 280여석의 자리에 입장권이 중복 발행돼 관람객들을 당혹스럽게 만들기도 했다. 세계 최고의 권위를 갖는 대회에서 표가 이렇게 허술하게 관리됐다니 상식 밖이다. FIFA가 월드컵을 한두 번 치른 것도 아닌데 어떻게 이런 혼란이 일어날 수 있는지 납득하기 어렵다.
이번 사태는 영국의 바이롬사가 해외에서 미처 팔지 못한 티켓을 한국으로 보내 판매하려다 일 처리가 제대로 안돼 일어난 일로 추측된다. 외국에서 팔다 남은 1만장의 개막전 티켓은 개막 하루 전까지도 서울에 도착하지 않았다. 일차적으로 바이롬사의 잘못이지만 FIFA와 우리 조직위원회도 책임을 피할 수 없다.
입장권 수송이 늦어지는 등 표 관리에 ‘이상 징후’가 감지된 것은 개막식이 열리기 10여일 전의 일이다. FIFA는 사전에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혼란이 벌어진 뒤 진상조사를 하겠다고 나섰다. 우리 조직위원회도 사전 대처를 못한 것은 마찬가지다. 조직위는 개막식 당일에는 입장권 현장 판매를 하지 않는다고 발표까지 했다가 표가 도착한 뒤 뒤늦게 긴급 판매에 나섰으니 시민들이 이 사실을 알 수 있었겠는가.
일본에서도 관람석 수천석이 통째로 빈 장면이 목격됐다. 삿포로 경기장의 경우 경기가 잘 보이지 않는 자리를 사석(死席)으로 처리해 티켓 판매를 하지 않았다는 게 FIFA 측 설명이다. 그러나 이런 사실이 사전에 통보되지 않았다니 행사 주체들 사이에 손발이 맞지 않는 모습이다. 이 같은 일이 다시 발생한다면 큰 낭패다. 지금부터라도 상호 협조체제를 철저히 가다듬어 비슷한 일의 재발을 막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