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김대통령 국내외 평가 극과 극

입력 | 2002-06-03 10:44:00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국내에서 인기가 떨어지고 아들 비리와 관련해 비난을 받는 것은 한국 대통령의 레임덕 현상과 깊은 관련이 있으며 한국인은 자신들이 뽑은 대통령에 대해 너무 모질게 구는 측면이 있다고 로스앤젤레스 타임스가 2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김 대통령의 월계관은 외국에서 녹색빛이 더 진하다'는 제목의 장문의 기사에서 "김 대통령이 국내에서보다 외국에서 더 평가받는다"고 지적했다.

다음은 이 기사의 요약.

김대중 대통령은 한반도 긴장을 50여년만에 최저 수준으로 완화하고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위기를 훌륭하게 극복했으며 한국 역사상 가장 부유하고 자유로운 나라를 통치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 그는 점차 비웃음과 동정의 대상이 되고 있고 세 아들의 스캔들로 인기가 곤두박질치고 있다. 노벨평화상을 받게 한 대북포용 햇볕정책도 빛이 바래고 있다.

한국의 시사만평가들은 김 대통령을 통치할 수 없고 가족도 보호할 수 없는 나약한 사람으로 묘사하고 있다. 고려대 함성득 교수는 "현재 김 대통령은 나라를 다스릴 수 없다. 그는 모든 신뢰와 도덕적 정당성을 상실했다"고 말했다.

다른 나라 같으면 김 대통령은 노벨상 덕분에 편안한 퇴임을 기대할 수 있겠으나 한국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 해는 늘 소란스러웠다. 김 대통령 전기를 쓰고 있는 한반도전문가 마이클 브린은 "한국 대통령들의 말로가 늘 좋지 않고 임기 말년엔 힘이 감퇴해 갖가지 일이 다 생긴다"면서 "정계에는 많은 돈이 있고 뒤를 캐면 항상 무언가 터지게 마련"이라고 말했다.

5년전 김영삼(金泳三) 전 대통령의 아들이 비슷한 부패사건으로 체포된 것은 우연의 일치가 아닐 수 있다. 노태우(盧泰愚) 전 대통령의 딸도 정부 결정에 영향을 미칠 값비싼 선물을 받았다는 스캔들에 휘말렸었다.

서울에 있는 한 외교관의 표현대로 '비잔틴 양식의 성당 모자이크보다 더 복잡하게 얽혀 있는' 스캔들은 그의 가까운 가족의 거의 대부분과 관련이 있다. 자녀의 잘못에 대한 부모의 책임이 서양보다 더 강조되는 유교전통에 따라 자녀들의 스캔들도 김 대통령의 업적을 크게 훼손시켰다.

최근 스캔들 이전부터 김 대통령의 인기는 2000년6월 평양 방문 직후 최고점에서 떨어지기 시작했다. 남북정상회담으로 김대통령이 '한국의 넬슨 만델라(남아프리카공화국의 첫 흑인대통령)'라는 명성을 얻었으나 많은 한국민들은 서울답방과 한국의 경제지원에 대한 감사 표시를 거부한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에게 한국이 굽실거렸던 것으로 보고 있다.

같은 노벨 평화상 수상자들, 즉 재야 출신으로 대통령이 된 레흐 바웬사 전 폴란드 대통령이나 바츨라프 하벨 전 체코 대통령처럼 김 대통령의 국제적 이미지는 '민주주의의 우상'이지만 국민은 그를 '역시 오류를 면치 못하는 정치인'으로 보고 있다.

외국에선 김 대통령의 정치적 위기에도 불구하고 역사가 그의 업적을 긍정평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김 대통령 아들의 구속에 대한 코멘트 요청을 받은 이회창(李會昌) 한나라당 대통령후보는 대통령을 비난하지 않았다. 그는 관훈클럽 토론에서 "이런 슬픈 일이 되풀이되는 것은 한국정치의 비극"이라며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도널드 그레그 전 주한미국대사는 최근 코리아 타임스지에 기고한 글에서 "한국인들은 자신들이 뽑은 대통령에게 너무 모질게 군다"고 지적했다.

koni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