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한국 영화계를 움직이는 배우들을 굳이 분류하자면 출신에 따라 3가지 계열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는 영화로 데뷔해서 영화판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일명 ‘충무로계’. 안성기 박중훈 박신양 신현준 김승우 정우성 이범수 주진모 유지태 강수연 심혜진 김혜수 이미연 이은주 등이 이 계파에 속한다.
두 번째는 방송 드라마에서 인기를 얻은 후 영화계로 진출해 주연 급으로 성장한 배우들.이들은 ‘여의도계’라고 불리는데, 남자는 한석규 장동건 이병헌 정준호 이성재 안재욱 차승원 이정재 차태현 송승헌 원빈이고 여자는 최진실 이영애 고소영 심은하 전도연 장진영 신은경 김정은 김희선 전지현 등이다.
세 번째는 대학로 극단을 중심으로 연극계에서 활동하다가 뛰어난 연기력을 인정받아 영화계에 스카우트된 ‘동숭동계’로 최민식 유오성 송강호 설경구 신하균 임원희 등이 이에 속한다. 여배우들의 경우 연극계 출신 중 뚜렷이 주연으로 활약하는 배우가 없다는 점이 안타깝다.
편 가르기를 하자는 건 아니지만 재미있는 것은 이들은 계파별로 각각 특색을 띤다는 점. 충무로계 배우들은 자신이 정통 영화인 출신이라는 점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 이들은 대부분 어려서부터 영화배우라는 목표만 바라보고 이 바닥에 들어온 악바리들. 가족적인 분위기의 영화계를 통해 연예계에 입문해서인지 영화 얘기만 나오면 흥분해서 열변을 토하는 버릇들이 있다.
여의도계 배우들은 TV 드라마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은 뒤 영화배우로 입문하는 경우가 대부분. 가장 화려한 순간 영화계에 발을 들여 놓지만 그만큼 그들의 첫 영화에 대중들의 관심이 몰린 게 부담이 돼서인지 데뷔작은 그리 성공적이지 못했다.
드라마에서는 주연 대우를 못 받다가 영화 ‘접속’으로 화려하게 영화에 입문한 전도연, ‘닥터 봉’으로 흥행에 성공한 한석규, ‘미술관 옆 동물원’의 이성재를 제외하면 이병헌(누가 나를 미치게 하는가), 장동건(패자부활전), 안재욱(러브러브), 이정재(젊은 남자), 송승헌(카라), 정준호(일팔일팔), 심은하(아찌 아빠), 이영애(인샬라), 고소영(구미호), 신은경(자전거를 타고 온 연인), 김희선(패자부활전), 전지현(화이트 발렌타인) 등은 영화 데뷔 당시 썰렁한 반응으로 체면을 구긴 전력들이 있다.
배고픈 연극계에서 오랫동안 고생했던 동숭동계 배우들은 영화판에서 스타가 되고나서도 여전히 양주보다는 소주를 즐긴다. 이들은 값비싼 외제차를 타거나 골프를 치는 등 사치스런 행동을 하지 않고 늘 옷차림도 수수하게 하고 다니며 스타 티를 내지 않는다. 또 대부분 연극판에서 연기 꽤나 한다는 인물들이 영화로 뽑혀 왔기에 광기어린 연기에 대한 자신감들로 넘쳐있어서 영화제에서 상을 받기에 가장 유리한 배우들이다.
요즘은 점차 장르나 출신의 벽이 허물어지고 있는 추세다. 김민종 주진모 류승범처럼 영화로 주목을 받아서 방송 드라마의 주인공으로 가기도 하고, 연극배우 출신인 김석훈처럼 드라마에서 인기가 올라가도 다시 연극에 출연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들 배우들의 공통점은 하나같이 영화를 사랑하고 출신과 계파에 상관없이 자신들을 ‘탤런트’나 ‘연극배우’가 아닌 ‘영화배우’로 불러주길 바란다는 것이다. 한국 영화의 위상이 그만큼 높아졌다는 증거다.
김영찬 시나리오 작가 nkjaka@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