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울산 문수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조별리그 C조 브라질 대 터키의 경기를 멀리 터키현지에서 지켜본 한인교포들의 심정은 어떠했을까.
전반 47분 터키의 하산 샤슈가 선제골을 넣었지만, 호나우두의 동점골과 종료직전 히바우두의 페널티킥으로 1-2 역전패. 터키의 주전 수비수 알파이 외잘란과 하칸 윈살의 연이은 퇴장.
공교롭게도 이날 주심은 한국인으로는 월드컵 사상 첫 주심으로 데뷔한 김영주 국제심판(45)이었다.
"한국인의 미안함을, 그리고 사랑을 전해주세요(ID:영혼의 별)"
재터키한인회 홈페이지(www.koreli.org)의 게시판에는 이날 경기결과에 대한 많은 의견이 올라오고 있다.
'영혼의 별'이라는 아이디로 글을 올린 한 네티즌은 "터키는 한국전쟁 당시 우리나라에 대규모 군사지원을 했고, 이 가운데 사망 1000여명, 부상 2000여명으로 참전 16개국 중 미국 영국 다음으로 많은 사상자를 낸 한국의 혈맹"이라고 터키에 대해 소개하면서 "한국 김영주 심판은 분명 경기의 조율을 잘하지 못했다"라고 지적했다.
이 네티즌은 "결정적인 것은 패널티킥이었다. 반칙을 한 터키선수가 퇴장 당한 것은 당연하지만 심판이 조금 더 빨리와서 보았다면 프리킥으로 끝날 것이 브라질에게 한골을 선사하는 결과가 됐다"라며 "두번째 레드카드도 히바우두의 '헐리우드 액션'이기 때문에 불공정한 판정"이라고 주장했다.
'터키사랑'이라는 아이디의 네티즌은 "한국인 최초의 월드컵 주심이라고 내심 뿌듯했는데, 너무 실망입니다"라며 "정말 터키 축구관계자와 터키국민에게 너무 미안하고 죄송스럽네요. 고대하던 1승의 기대감이 와르르 무너져, 다음 경기에 컨디션회복이 안될까 걱정입니다"라고 우려했다.
또 이 네티즌은 "터키인이 한국을, 한국인을 얼마나 미워할까요. 현지 교민들에게는 영향이 안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라면서 "터키국민들에게 우리의 마음을 전할 수 있는 방법이 있으면 가르쳐달라"고 요청했다.
한국 최초의 월드컵 주심 김영주 국제심판. 전문가들은 거친 파울을 반복한 터키 수비수 외잘란과 윈살에게 대한 가차없는 퇴장 명령과 결승골로 이어진 브라질의 페널티킥 판정도 정확했다고 평가한다.
하지만, 16강진출은 당연하다며 브라질을 꺾고 1위로 진출하겠다고 선언했던 '한국 혈맹' 터키가 느끼는 한국인 심판에 대한 감정의 골은 뜻밖에도 너무 깊을 수 밖에 없다.
최건일 동아닷컴기자 gaegoo9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