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N의 '로미오와 줄리엣', Q체널의 '서바이버'
‘월드컵 위도(Worldcup Widow)를 잡아라!’
케이블 TV와 인터넷 방송들은 월드컵 개막 이후 TV 시청권을 남성에게 빼앗긴 여성시청자들을 겨냥하고 나섰다. 케이블TV들은 이를 계기로 KBS 등 지상파 방송 3사에 빼앗겼던 여성들의 관심도 확보하자며 보다 공격적인 편성을 하고 있다.
‘월드컵 위도’는 축구에 남편이나 남자친구를 빼앗긴 여성시청자들로 ‘골프 위도’에서 유래된 말. 지상파 3사의 경우 많게는 하루 서너 게임을 중계하기 때문에 축구를 좋아하지 않는 시청자들의 채널 선택권은 거의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여성들이 즐겨보는 장르는 드라마 영화 뮤직비디오 홈쇼핑 등.
영화 전문채널 OCN은 월드컵 기간 동안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 ‘웨딩싱어’ ‘줄리아 로버츠의 사랑게임’ ‘로미오와 줄리엣’ 등 로맨틱 코미디와 멜로를 프라임 시간대에 집중 편성했다.
종전 프라임시간대는 액션영화나 블록버스터가 주를 이뤘으나 월드컵 기간 내에는 여성 취향의 영화를 내세운 것. 유료영화채널인 HBO도 ‘봄날은 간다’ ‘첨밀밀2’ ‘하루’ ‘고양이를 부탁해’ ‘웨딩플래너’ 등 여성시청자를 겨냥한 영화를 많이 편성했다.
음악전문 케이블 채널 m.net의 뮤직비디오 프로그램 ‘해피투게더’(월∼금 오후 8시)는 3∼14일 이승환의 ‘당부’, 조성모의 ‘가시나무’ 등 ‘여성들이 좋아하는 뮤직비디오 100선’을 마련했다.
케이블 다큐채널 ‘Q채널’도 지상파가 월드컵 기간에 교양프로그램을 축소한 틈을 비집고 해외 인기프로그램을 방영한다. ‘Q채널’은 2000년 미국에서 인기를 끌었던 ‘서바이버’를 10일부터 방송한다. ‘서바이버’는 일반인들이 참여해 문명의 이기가 없는 오지에서 살아가는 모습을 낱낱이 담은 프로그램으로 여성시청자들이 즐겨 볼 만하다.
지상파 방송의 인터넷방송들은 특히 주문형 비디오(VOD) 서비스를 강화해 시청자 끌어안기에 나섰다. iMBC는 VOD를 디지털 방식으로 전환해 선명한 화질을 제공하고 동영상과 광고를 분리해 드라마를 즐기는 여성시청자의 불편을 최소화했다. SBSi는 ‘나쁜 여자들’ 등 드라마가 월드컵 중계로 인해 평소보다 1시간 늦게 방영됨에 따라 기존 시간에 볼 수 있도록 앞당겨 서비스한다.
김수경기자 sk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