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착륙선 비글2호. 왼쪽 아래 연필 모양이 화성 표면을 파고 들어갈 두더지 로봇.
최근 화성 표면 아래에서 다량의 얼음 저수지가 발견되면서 ‘두더지’ 로봇이 화성을 탐사할 새로운 방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두더지 로봇은 2003년 중반 발사될 예정인 유럽우주기구의 ‘화성특급’에 실릴 착륙선 ‘비글2호’의 중요한 승무원이다.
종의 기원을 쓴 찰스 다윈의 항해선에서 이름을 딴 소형착륙선 비글2호는 두더지 로봇을 동원해 화성 표면 아래에 있을지 모르는 생명체의 증거를 찾아 나선다.
먼저 두더지 로봇이 목표지점에 도달하면 화성 표면 아래를 파고들면서 열린 한쪽의 구멍으로 샘플을 수집하게 된다.
로봇 팔이 이 샘플을 두더지 입에서 착륙선의 실험실로 옮기면, 샘플을 분석해 액체상태의 물이나 물에 침전된 광물, 또는 물에 살았거나 살고 있는 생명체의 흔적인 유기물을 가려낸다.
비글2호에 포함될 두더지 로봇이 파헤칠 수 있는 깊이는 1m가 채 안 된다. 하지만 이번에 발견된 다량의 얼음 저수지도 이 정도 깊이에 존재하는 것으로 밝혀져 비글2호 탐사에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비글2호가 실패할 경우 유럽우주기구에서는 2009년에 또 한번의 미션을 계획하고 있다.
한편 미 항공우주국에서도 비슷한 두더지 로봇을 설계 중이다. 약 20㎏이 나가는 이 로봇은 화성 표면 아래 수백m를 뚫고 들어갈 수 있는 능력을 지닌다. 이런 능력이라면 얼음 저수지를 지나 생명체에게 필수적인 액체 상태의 물을 만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충환 동아사이언스기자 cosmo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