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월드컵을 발판으로 삼아 유럽진출을 꿈꾸고 있는 박지성(왼쪽)과 김남일
“내가 진정한 유럽파야….”
축구선수에게 ‘꿈의 구연’ 월드컵은 유럽 ‘빅리그’로 진출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 한국대표팀 선수들도 홈에서 열리는 2002월드컵에서 축구의 ‘엘도라도’ 유럽으로 진출할 수 있는 찬스를 잡기 위해 잔뜩 벼르고 있다. 과연 이번 월드컵이 끝난 뒤 빅리그를 맘껏 누빌 ‘태극전사’는 누구될까.
그동안 이탈리아 세리에 A에서 임대로 뛰고 있는 ‘테리우스’ 안정환(26·페루자)과 벨기에에서 활동하고 있는 설기현(23·안데를레흐트), 그리고 유럽진출을 장담하던 ‘밀레니엄스타’ 이천수(21·울산 현대) 등에게 관심이 쏠렸었다. 하지만 막상 월드컵이 다가오자 이들보다는 다른 선수들이 새로운 ‘유럽파’로 이름이 거론되고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바로 지칠줄 모르는 강철체력을 바탕으로 일약 ‘킬러’로 떠오른 박지성(21·일본 교토퍼플상가)과 한국수비의 핵인 김남일(25·전남 드래곤즈)이다. 둘은 ‘히딩크 사단’의 공수핵으로 유럽 전문가들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
박지성은 대표적인 ‘멀티 플레이어’. 수비형은 물론 공격형 미드필더로도 뛰었고 날개로도 뛰고 있다. 거스 히딩크 감독이 처음엔 원래 위치인 수비형에 놓았다가 지칠줄 모르는 체력을 바탕으로 그라운드를 휘젓고 다니는데다 패스가 정확하자 플레이메이커로도 활용했었다. 또 최근 대표팀의 공격루트가 좌우 사이드 돌파에 이은 중앙공격에 의존하면서는 오른쪽 최전방 공격수로 기용되고 있다.
박지성은 월드컵을 앞두고 마지막 평가전이었던 잉글랜드(5월21일)와 프랑스전(5월26일)에서 침착한 플레이로 연거푸 골을 잡아내 전세계 축구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기기도 했다. 경기가 끝난 뒤 유럽 전문가들은 “한국에도 저런 선수가 있느냐”고 감탄해 했다.
이같은 활약에 박지성의 유럽진출설이 터져 나온 것. 일본의 닛칸스포츠는 4일 월드컵 직전 벌어진 평가전에서 눈부신 활약을 벌인 박지성을 놓고 이탈리아의 페루자 등 프로팀들이 물밑에서 영입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박지성에 대해 유럽 프로팀들이 눈독을 들이고 있어 본선에서 인상적인 경기를 펼칠 경우 이적이 확실시된다는 분석.
김남일은 한국 수비에 안정을 가져다준 핵심. 상대 공격형미드필더를 미리 차단해 공격의 흐름을 끊고 다시 수비위치까지 내려가 수비라인을 지켜준다. 프랑스와의 평가전에서도 세계 최고의 공격형미드필더 지네딘 진단을 꼼짝 못하게 하기도 했다.
이날 경기를 지켜본 유럽의 스웨덴 ‘엑스프레센’지의 마그누스 알셀린드 기자는 “김남일은 유럽에서도 통한다. 저돌적이고 스피드와 파워가 좋아 수비형 미드필더론 최고다. 무엇보다 유럽선수들과의 몸싸움에서 전혀 밀리지 않는다”라고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잉글랜드의 스벤 고란 에릭손 감독과 프랑스의 로제 르메르 감독도 “5번(김남일)의 플레이가 가장 인상적이었다”고 말할 정도였다.
부산〓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