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사이타마 스타디움에는 오전 일찍부터 열성팬들이 몰려들어 입구에 진을 친 채 경기시작을 기다렸다.
4일 오전 11시 반. 일본대표팀의 첫 경기인 벨기에 전이 열리게 될 사이타마 경기장에서 1.5㎞ 떨어진 우라와미소노 전철역 앞은 아침부터 붐볐다.
‘표 구합니다’라고 쓴 푯말을 든 축구팬들도 많았다. ‘나는 JAWOC(일본월드컵조직위)의 피해자’라는 푯말도 보였다. 사이타마시에 사는 마츠모도 겐시씨(28)는 “인터넷으로 접속이 안돼 표를 사지 못했다” 분통을 터트렸다.
개막 전만해도 일본의 언론매체는 ‘일본은 표가 완매됐는데 한국은 표가 남아돈다’고 보도했다. 이 무렵 도쿄 시내의 한 식당에서 만난 일본의 30대 회사원이 기자에게 “한국 가서 경기를 보려는데 표를 어떻게 살 수 있는냐”고 물을 정도였다. “한국에서 문제되는 표는 주로 해외 미판매분인데 아마 일본도 사정은 비슷할 것이다”라고 대꾸해주었다.
아니나 다를까. 일본내 니가타 삿포로 이바라키 사이타마 경기장 등 4 곳에서만도 빈 자리가 3만7000석에 이르렀다. 일본내 경기장 입장권 135만 매는 일본월드컵조직위와 국제축구연맹(FIFA)의 판매대리점인 영국 바이롬사가 절반씩 팔기로 했다. 일본 판매분은 다 나갔지만 바이롬사는 제대로 팔지 못했고 이중 14만매를 일본에 넘겨 추가 판매했다. 나머지 53만5000매의 행방은 FIFA가 공개를 거부하고 있다.
대회가 끝나면 한국과 마찬가지로 일본 월드컵조직위도 바이롬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할 것을 검토중이다. 애시당초 FIFA의 블래터 회장이 투명하지 못한 절차를 통해 발권능력이나 마켓팅 능력도 없는 회사, 그것도 친척이 사장인 회사에 일을 맡긴 게 화근이라는 지적도 많다.
경기장 밖에서는 표를 못 구한 사람들이 항의 시위를 하는데 관중석은 빈 자리로 남아있는 이 기현상을 대체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한국과 일본은 대회 공동주최국으로서 이런 무책임한 행동을 철저히 따져 책임자를 문책하고 응분의 보상을 받아내는 일에 있어서도 단합된 힘을 보여줘야 할 것 같다.
사이타마〓조헌주기자 hans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