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가 3일 벌어진 브라질과의 월드컵 본선 C조 1차전에서 역전패하자 주심을 맡았던 김영주 국제심판(45)에 대한 원망의 소리가 터키 전역에서 들끓고 있다.
대다수 터키 국민은 김 주심이 경기 종료 직전 패널티킥을 선언한 것은 명백히 잘못된 판정이라고 믿고 있다는 것. 이들의 실망과 불만은 터키팀이 선취골을 기록하는 등 예상외로 선전해 잔뜩 기대에 부풀어 있었던 터라 더욱 컸다.
AP통신에 따르면 이스탄불과 앙카라 등 주요 도시에서 대형 전광판을 통해 경기를 관전하던 터키 국민은 후반 들어 브라질의 호나우두에게 동점골을 허용하고 경기 종료 4분을 남기고 주심의 페널티킥 선언으로 역전패하자 기대가 일순 분노로 바뀌었다.
터키 국민이 페털티킥을 ‘오심’이라 주장하는 근거는 터키 선수 알파이 외잘란의 파울이 분명히 페널티지역 밖에서 발생했는데 심판이 프리킥 대신 페널티킥을 선언했다는 것.
현대종합상사 이스탄불지사에 근무하는 터키인 에즈라 하지 아니하프스(38·여)는 4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주심의 경기 진행이 공정하지 못했다”며 “48년 만에 월드컵 본선에 진출했는데 실망이 크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같은 오심 논란이 터키의 한국전 참전 이래 반세기 이상 지속돼 온 양국 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 같지는 않다는 것이 현지 한국 상사원들의 전언.
한 상사원은 “터키인들의 실망이 커 면전에서 축구 얘기를 꺼내기가 두렵지만 한국에 대한 반감으로까지 비화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김영주 주심의 경기진행에 대해서는 국제적으로 논란이 그치지 않고 있다.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은 4일 “터키의 하칸 윈살 선수가 찬 볼이 다리에 맞았음에도 브라질의 히바우두 선수가 마치 얼굴에 맞은 것처럼 심판을 속였고, 심판이 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윈살 선수를 퇴장시켰다”며 “심판이 코와 무릎도 구분하지 못했다”고 비난했다. 신문은 이어 “히바우두 선수의 ‘할리우드 액션’은 명백한 속임수”라며 국제축구연맹(FIFA) 차원의 대응 조치를 촉구했다.
영국의 BBC 방송도 이날 “얼굴을 감싸는 히바우두의 과장된 몸짓에 현혹돼 심판이 2번째 옐로카드를 내밀어 윈살을 퇴장시키는 우를 범했다”고 논평했다. 아사히 신문 등 일본 언론은 “우리는 경기에서 브라질을 지배할 수 있었지만 심판을 지배할 수 없었다”는 셰놀 귀네슈 터키 감독의 말을 전하면서 판정에 문제가 있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하종대기자 orion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