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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회창-노무현후보 'PK 결투'…월드컵 응원 신경전

입력 | 2002-06-04 18:40:00

부산 찾은 李 - 최재호기자 / 마산 찾은 盧 - 최재호기자



4일 부산지역 공략에 나선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대통령후보와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대통령후보는 이날 밤 부산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한국 대 폴란드전 응원을 놓고 마치 ‘쫓고 쫓기는 듯한’ 장면을 연출했다.

이 후보는 당초 부산역 광장에서 부산시민들과 응원전을 펼치며 경기를 관람할 예정이었고, 노 후보는 경기장을 직접 방문하는 일정을 짰다. 그러나 노 후보 측이 부산역 광장으로 응원 장소를 바꾸면서 양측의 신경전이 벌어졌다.

노 후보가 자신의 지지모임인 ‘노사모’ 회원들과 대거 부산역 광장에 집결할 것이라는 정보를 입수한 이 후보 측은 급히 응원장소를 해운대 백사장으로 바꿔 대형 멀티비전을 통해 한국전을 관람했다. 이 후보 측 관계자는 “월드컵 응원전을 정치적 세 대결 내지 정쟁의 장으로 만드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아 부득이 장소를 변경하게 됐다”고 말했다. 노 후보는 부산역에서 노사모 회원 1000여명과 응원전을 펼쳤다.

이날 이 후보는 선거전이 시작된 뒤 처음으로 부산 경남(PK) 지역을 방문, 지원유세전을 펼쳤다. 이 후보는 밀양 창녕 정당연설회에서 “김대중(金大中) 정부가 들어선 뒤 빈부격차가 한없이 벌어지고 서민 경제가 완전히 무너졌다. 내가 집권하면 지방 경제와 농어촌 경제의 활성화를 최우선 과제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진해 유세에선 “나라 전체가 썩은 냄새로 진동해 얼굴을 들 수 없는데도 현 정권은 ‘홍보가 잘못되고 언론이 잘못 보도해 국민이 오해를 하고 있다’고 말한다”면서 “6·13 지방선거를 진해혁명의 날로 만들어 현 정권에 확실한 경고를 보내자”고 주장했다.

민주당 노 후보도 경남 진주와 부산을 돌며 “한나라당 이 후보야말로 준비된 부패정치인이다”고 말했다. 노 후보는 진주 정당연설회에선 “요즘 놀랍게도 한나라당 이 후보가 부패정권을 심판하고 깨끗한 정권을 세우겠다고 하는데 이 후보가 그런 얘기를 꺼낼 자격이 있느냐”고 말했다.

노 후보는 “국세청을 동원해 177억원을 거둬 대선자금으로 썼는데 그것은 장물취득처분행위 아니냐. 이 장물을 내놓지 않고 누구를 심판하고 부정부패를 청산하겠다는 것이냐. 이 후보는 부정부패 친인척 비리에 관한 한 ‘준비된 후보’다. 나는 완전히 깨끗하지는 않지만 이 후보보다는 훨씬 깨끗할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부산〓정용관기자yongari@donga.com

이종훈기자 taylor5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