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이냐 참선이냐.’
조계종 최대 수행사찰인 경남 합천 해인사가 4일 ‘이색 화두’로 작은 소동이 일어났다.
해인사는 지난달 26일부터 결제식(結制式)을 갖고 여름철 3개월간 수행에 정진하는 ‘하안거(夏安居)’에 들어갔다. 이번 하안거에는 전국 1800여명의 스님이 참여했고 이 기간에는 출입을 삼간 채 수행에 몰두하게 된다.
그러나 해인사는 월드컵 열기가 뜨거워지자 4일 오후 8시반 한국의 16강 진출 첫 관문인 폴란드 전 TV 중계를 하안거에 들어간 선방 스님들도 단체 시청할 수 있도록 ‘반짝 해제’를 허용했다.
이 사실이 전해지자 사찰내 원로 스님들이 “하안거에 들어간 선방 스님들이 공부를 외면한 채 단체로 축구 경기를 보는 것은 수행 정신과 어긋난다”며 크게 화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종정 예경실장인 원철 스님은 “공개적인 논의는 아니었으나 월드컵 TV 시청을 둘러싸고 스님들 사이에 많은 의견이 오갔다”며 “아무리 국가적인 대사라도 하안거 기간에는 TV 시청은 곤란하다는 결론이 모아졌다”라고 말했다. 해인사 측은 고심 끝에 선방 스님들의 단체 시청은 금지하나 종무소와 도서관 등에서 삼삼오오 TV를 보는 것은 묵인키로 했다.
법보사찰이자 법전 종정이 주석하고 있는 해인사의 이런 ‘엉뚱한’ 고민은 사찰내 축구 열기 때문이다. 해인사는 매년 단오 무렵 스님 팀과 인근 주민 등이 참가하는 축구대회를 열고 있으며 사찰 내에는 사실상 ‘축구 전용구장’이나 다름없는 운동장도 있다.
김갑식기자 gs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