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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즈업]월드컵 맞춰 조선 막사발展 여는 천한봉 선생

입력 | 2002-06-05 18:56:00


“월드컵 경기에서 한국 선수들이 보여준 끈기도 조선 막사발 정신이 아닐까요.”

조선시대 도공의 맥을 55년째 이어오고 있는 조선 찻사발(다완·茶碗)의 대가인 도천 천한봉(陶泉 千漢鳳·69·경북 문경시) 선생이 월드컵에 맞춰 5일 귀한 전시회를 열었다.

14일까지 대구 봉산문화거리 동원화랑에서 계속되는 전시회에서 그는 찻잔 등 자신이 빚은 조선시대 막사발을 선보였다.

“열심히 뛴 우리 선수들에게서 소박하면서 순수하고, 검소하면서 구수한 막사발의 우직한 모습을 보는 듯했습니다. 막사발은 우리 민족의 혼이지요.”

33년 일본에서 태어난 그는 광복 후 14세부터 조선 도자기에 빠져 지금까지 한결같은 모습으로 흙을 주무르고 있다.

“일본인들이 국보로 애지중지하는 사발이 대부분 조선시대 보통 도공들이 빚은 막사발이에요. 월드컵 때 한국을 찾는 각국 사람들에게 한국 자기의 멋을 느끼도록 했으면 합니다.”

그는 72년 문경 주흘산 기슭에 문경요(聞慶窯)를 세운 뒤 지금까지 직접 흙을 파 지게로 나르고 맑은 계곡물로 조선 도공의 사발을 완벽하게 재현하고 있다.

“한국의 흙은 일본 흙과 다릅니다. 담백하면서도 소박한 조선 도자기의 아름다움도 흙에서 시작됩니다. 도자기를 좋아하는 일본인이 조선 막사발 앞에서 머리를 숙일 수밖에 없어요. 막사발에 담긴 한국민의 혼을 살펴볼 수 있었으면 해요.”

97년 일본 NHK방송은 그를 아시아 최고 인물로 선정했으며 아사히 요미우리 등 일본의 주요 신문들도 그를 ‘한국 전통도예의 1인자’로 평가해 왔다. 그는 이같은 국위 선양의 공으로 70년대 말 동아일보에서 감사패를 받기도 했다.

지난달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국내 전시회를 연 그는 수익금 3000만원을 전액 고향에 장학금으로 맡겼다. 학교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그는 장학회를 만들어 어려운 학생을 돕겠다는 꿈을 꾸고 있다.

대구〓이권효기자 bori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