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폴란드를 제물로 48년 만에 월드컵 본선 첫 승의 감격을 누린 4일 밤.
프로야구와 농구를 비롯한 타종목의 국내 스타들도 한 마음 한 뜻으로 자랑스러운 태극전사들을 향해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이날은 마침 프로야구가 없었던 날. 두산의 미남스타 홍성흔은 장원진 등 동료 선후배와 함께 잠실야구장 본부석에서 대형 전광판을 보며 3만500명의 관중과 함께 목이 터져라 응원을 했다.
홍성흔은 “한국 축구의 엄청난 힘을 실감했다. 지난해 삼성과의 한국시리즈 때와 똑같은 만원 관중이 입장했지만 가슴이 찡할 정도의 애국심이 느껴지기는 이번이 처음이다”며 당시의 감격을 전했다.
신혼인 삼성 ‘라이언 킹’ 이승엽은 집에서 아내 이송정씨와 오붓하게 TV를 봤다. 이승엽은 “원래 농구는 광적으로 좋아하지만 축구는 대표팀 경기만 본다”면서도 “내가 마치 그라운드를 뛰는 느낌이었다. 기회가 되면 10일 대구에서 열리는 미국전을 운동장에서 직접 보고 싶다”고 말했다.
한국 마라톤의 간판스타 이봉주는 “어릴 적부터 단거리 달리기에는 약했지만 이래 봬도 초등학교 때 선수 못지 않은 발 재간을 자랑했다”며 “내가 보스턴마라톤에서 우승한 것 못지 않게 기쁘다. 미국은 물론 포르투갈까지 이길 것 같은 예감이 든다”고 전망했다.
2001∼2002시즌 프로농구 우승팀인 동양의 김진 감독은 “내가 직접 지휘한 프로농구 결승전에서도 느끼지 못한 희열을 느꼈다”며 대학 동창인 김현태 대표팀 코치에게 경기 후 축하 전화를 걸기도 했다.
동양의 포인트가드인 김승현은 “축구는 잘 못하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내 발이 막 움직였다. 16강이 아니라 8강도 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즐거워했다.
한편 한국야구위원회(KBO)는 한국이 16강에 올라갈 경우 프로야구 일정을 재조정할 것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장환수기자 zangpab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