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룬과 아일랜드가 1일 월드컵 첫 경기를 가졌던 니가타는 일본에서도 쌀이 맛있기로 유명한 고장이다. ‘코시히카리’라는 니가타의 쌀은 일본 전역에서 고가에 팔린다. 그렇지만 카메룬, 아일랜드 선수들이 그 쌀을 맛 볼 기회가 있었는지는 의문이다. 사실 한국과 일본등 극동에서 생산되는 쌀은 알이 통통하고 찰진 ‘자포니카’라는 품종이어서 세계 다른 곳 대부분에서 생산되는 ‘인디카’ 품종과는 구별된다. 니가타 밥을 먹을 기회가 있었어도 생소한 밥 맛에 만족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니가타 시민들은 그 날 경기장에서 또는 거리에서 카메룬과 아일랜드 응원단과 어울려 그들의 분위기를 한 껏 즐겼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이틀 뒤 니가타 시민들은 크로아티아와 멕시코의 정취에 흠뻑 젖어들었을 것이다.
월드컵은 문화와 기후, 생활 양식이 저마다 다른 나라가 한 곳에 모이는 대회다. 선수들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이만저만 신경쓰는 것이 아니다. 지금은 한국에서 경기를 갖고 있는 코스타리카는 일본 전지 훈련에서 주식인 쌀(인디카)을 싣고 오지 않아 이를 구하기 위해 서양 레스토랑을 뒤졌다. 아일랜드 대표팀은 처음 일본에 적응하지 못해 마이클 매카시 감독이 “선수들의 몸무게가 각자 20%씩이나 줄어들었다”고 투덜댔다.
그러나 손님을 맞는 처지라면 상황은 다르다. 세계 각국의 분위기를 즐기는 것은 월드컵 개최지 국민의 특권이다.
일본 프로축구 오이타 트리니타 청소년팀을 지도하고 있는 전 축구 국가대표 황보관씨는 “축구를 보면 그 나라의 특성을 안다”고 말했다. 황보씨는 “나서기 싫어하는 일본의 국민성 때문인지 일본에는 패스를 잘 하는 선수는 많아도 골을 넣는 선수는 없다”고 예를 들었다.
맞는 말인지를 몰라도 적어도 축구 선수를 보면 그 나라의 개성을 알 수 있을 것 같다. 낙천적인 카메룬 선수들은 적응력에서는 세계 최고 감이다. 오이타 현의 작은 마을 나카츠에무라에 머문 카메룬 선수들에겐 연습보다 마을 사람들과 어울려 춤을 추는 잔치가 더 관심을 끄는 듯 했다. 이탈리아 선수들은 센다이 시내에서 팬들을 몰고 다니며 쇼핑하느라 신문과 방송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잉글랜드 대표팀은 “축구는 팬 모두가 즐기는 것”이라며 훈련 과정을 모두 공개해 화제를 불렀다. 이에 비해 러시아 선수들은 철저한 비공개 훈련으로 같은 H조 상대인 일본 언론으로부터 “러시아 대표팀은 여전히 철의 장막 뒤에 있다”는 비아냥을 들었다. 벨기에 대표팀 로베르 와세주 감독은 기자 회견장에서 맥주를 마시며 짐짓 여유를 과시했다. 덕분에 지금 일본에서는 벨기에 맥주가 인기다.
이런 것들이 모두 일본인에겐 관심거리다. 경기장에 가면 일본이 보인다. 저마다 응원하는 국가의 유니폼을 입고 소리를 질러대는 일본인들의 모습을 흔히 볼 수 있었다. 마치 그 나라 국민, 그 나라 응원단이 된 것 같다. 그들이 거리까지 쏟아져 나올 때는 간혹 지나치다 싶은 생각도 들지만, 경기장안에서 만이라면 괜찮은 것도 같다. 여하튼 일본은 지금 ‘세계의 축제’를 자기 것처럼 한 껏 즐기고 있다. 한국은 어떨까.
요코하마〓주성원기자 s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