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술이라면 작고하신 선친께서 살아 돌아오신 것만큼이나 반가워하는 까닭에 일주일에 2, 3일은 술독에 빠지곤 하는 자칭 ‘술태백’이다.
영업 관련 일을 하다보니 만날 사람도 많고 대접할 이도 많아 한 잔 두 잔 술잔을 기울이다 보니 친구가 되기도 하고 독이 되기도 하는 술을 즐기게 됐다.
사흘 전 술을 입에 대지 않고 퇴근했더니 허전한 마음을 달랠 수 없었다.
“여보, 우리 딱 한잔만 할까?”
순순히 따라나선 아내와 함께 집 근처 주점에서 술잔을 기울였다. 하지만 소주 2, 3병은 거뜬히 소화하는 ‘선수’를 2, 3잔만 마셔도 얼굴이 빨개지는 초보가 대작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결국 그날 이후 며칠간 계속된 ‘술병(病)’ 때문에 아내는 친구들과의 여행까지 포기하게 됐다.
여행 불참 선언을 한 아내에게 친구들의 전화가 빗발쳤다고 한다.
“왜 안 와? 재미있을 텐데….”
“내가 술병이 나 버려서.”
“뭐라고? 네 신랑이 너 술마시는 거 정말 싫어한다면서, 어디서 술을 마신 거야?”
“응. 우리 남편은 내가 남들하고 마시는 건 싫어하지만 우리 부부끼리 마시는 건 매일 마셔도 좋아하거든.”
아내가 전한 전화 내용을 듣고 피식 웃다가 ‘아내가 나랑 술 먹는 것은 괜찮고 남이랑 먹는 것은 싫은’ 내 스스로의 모순된 심리에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아내를 너무 사랑해서일까, 아니면 나이 먹어가는 40대 중년남자의 시기일까? 나 스스로도 아리송하다.
홍경석 43·회사원·대전시 동구 성남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