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나이 서른인 아나운서 최은경은 직장 생활 8년째인 ‘아줌마’다. 초기에 과장이 심하다는 평을 들을 만큼 발랄한 진행 스타일을 보여줬던 그는 1998년 결혼한 뒤 남편을 따라 미국으로 갔고 지난해 9월 다시 돌아왔다. 돌아오자마자 주변에서 가장 많이 들은 얘기는 농반진반으로 “결혼하면 좀 나아질까 했더니…”였다.
그는 요즘 월드컵 경기 중계에서 하프 타임때 치어리더를 연상케 하는 복장을 입고 버추얼 스튜디오에서 ‘재미있는 축구 이야기’ 코너를 진행한다. 서기철 캐스터-허정무 해설위원의 월드컵 중계 방송이 차분한 데 비해 그의 코너는 맹랑함이 가득하다.
“이 축구복이 평범해 보여도 모두 유명 디자이너들의 패션 쇼에 나왔던 ‘작품’입니다. 쫄티에 반바지, 축구 양말까지 나름대로 신경썼는데….”
스포츠 관련 프로나 코너를 진행할만한 여성 아나운서는 그리 많지 않다. 최은경은 KBS 여성 아나운서 중 스포츠에 관심이 많은 편이다. 그는 미국 유학중에도 학교에서 미식축구 경기가 열리면 만사 제쳐놓고 구경다녔을 정도다. 오히려 남편이 스포츠에 관심이 적어 불만이라고.
“아나운서가 처음 됐을 때, 스포츠 프로그램 전문 진행자가 꿈이었어요. 운동을 너무 좋아해 체육관에 있으면 시간이 가는 줄 몰라요.”
그는 방송 도중에 응원 구호인 ‘대∼한민국 짝짝짝짝짝’을 ‘월∼드컵은 짝짝짝짝짝 케이비에스 짝짝짝짝짝’이라고 바꿔 부르는 등 끼를 발산한다.
“그냥 제 기분가는대로 해요. 축구에 대한 관심과 열정은 저나 시청자나 마찬가지일테니까요. 한국의 16강 진출 가능성이요? 이러다간 8강도 문제 없지 않을까요? 얼마 내기 하실래요?(웃음)”
김수경기자 sk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