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책골도 이쯤 되면 후손에게 할 말이 있을까.
5일 수원에서 열린 미국-포르투갈전에서는 새로운 월드컵 역사가 한 가지 다시 쓰여졌다. 한 경기 최다 자책골 기록이 바로 그것.
이 경기에서 전반 29분 미국의 랜던 도너번이 날린 슈팅이 포르투갈 수비수 조르제 코스타의 머리에 맞고 굴절돼 골망을 흔든 데 이어 후반 26분에는 포르투갈 파울레타의 센터링을 미국 수비수 제프 어구스가 걷어찬다는 것이 그만 골문 속으로 빨려들어갔다. 17회째를 맞은 월드컵 사상 한 경기 자책골 2방이 나온 것은 이날이 처음이었다. 어구스의 자책골은 월드컵 통산 23번째. 코스타와 어구스의 자책골 덕분에 대회 최다 기록은인 54년 스위스대회와 98년 프랑스대회에서 세워진 4개.가 깨질 가능성도 높아졌다.미국은 자책골과 인연이 깊다. 1930년 우루과이대회에서 파라과이의 곤살레스가 미국전에서 전반 15분 미국 공격수의 슈팅을 막으려다 다리에 맞고 들어간 것이 월드컵 1호 자책골로 남아 있다. 또 94년 미국월드컵에서 콜롬비아의 안드레스 에스코바르는 역시 미국과의 경기에서 미국 하크스의 슛을 걷어내려다 오히려 자기 골문으로 차넣어 역전패의 빌미를 제공했다. 에스코바르는 이 자책골로 귀국 후 도박사의 청부를 받은 괴한에게 12발의 총탄을 맞고 피살돼 충격을 줬다.
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