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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8월의 저편 40…42.195킬로미터 4시간54분22초(12)

입력 | 2002-06-06 23:21:00


큐큐 파파 큐큐 파파 할아버지가 마라톤 선수였다는 얘기는 엄마한테서 들었다 다섯 살 때부터 큐큐 파파 42.195킬로미터를 한 번은 뛰어보고 싶었다 큐큐 파파 횡단보도를 건넌다 교통 규제가 해제되기를 기다리는 차들이 일제히 클랙션을 누른다 물론 응원이 아니다 큐큐 파파 어정거리지 말라고 화를 내는 것이다 마라톤을 중계하는 텔레비전 화면에는 선두 그룹밖에 비치지 않으니까 큐큐 파파 제한 시간이 아슬아슬한 지점에 이런 긴장감이 있을 줄은 몰랐다 큐큐 파파 선두 그룹과는 의미가 다르지만 1분1초를 다투고 있다 교통 규제가 해제되면 길 가는 사람들을 피해서 보도로 뛰어야 하고 신호가 빨강이 되면 큐큐 파파 저 스폰지가 큐큐 파파 다들 스폰지로 머리와 얼굴을 적시고서 내던지니까 큐큐 파파 스폰지로 질척한 길이 몇 백 미터나 큐큐 파파 아아 더 이상은 1센티미터도 다리를 들 수가 없다 종이컵처럼 걷어찰 수도 없고 젖은 스폰지가 다리에 휘감긴다

큐큐 파파 몇 초마다 걸려 넘어질 것 같다

큐큐 파파 아프다! 스폰지가 모네의 수련처럼 뿌옇게 보인다 큐큐 파파

고작 스폰지 때문에 울다니 큐큐 파파 큐큐 파파 큐큐 파파

“아아, 이제 지겨워!”

“그 지겹다는 마음과 싸우는 것이 마라톤이에요.”

너무 아파서 말대답을 할 수도 없다 큐큐 파파 거리를 나타내는 간판의 빨간 글자마저 뿌옇게 보인다 20㎞

아직 절반도 뛰지 못했다 큐큐 파파 급수소가 보인다 뭘 좀 마시는 게 좋겠지만 뛰면서 마시기는 어렵고 멈춰서면 다시 뛰기 시작할 때 심한 통증이 큐큐 파파 큐큐 파파 큐큐 파파

“뭐 좀 마실래요?”

“서면 아파서….”

“그럼 내가 가져올 테니까 그냥 뛰어요. 스포츠음료로 할래요?”

“단 거 마시면 토할 것 같으니까, 물.”

큐큐 파파 큐큐 파파 사토 코치의 숨소리가 다가온다 큐큐 파파

큐큐 파파 종이컵을 받아들고 입에 댄다 큐큐 파파 마신다 파파파파파파파 호흡이 흐트러진다 호흡을 가다듬고 큐큐 파파 마신다 파파파파파파파 컵을 연도에 내던진다 큐큐 파파 다리다! 잠실대교 큐큐 파파 한국의 젖줄기 한강이다!

유미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