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많아서 누가 누군지 알 수 있겠어요?”
군산시 미성동에 사는 김모씨는 지난 2일부터 집 앞 골목에 부착된 선거벽보를 보며 매일 출퇴근 하지만 아직까지 누가 시장 후보이고 누가 기초의원 후보인지 제대로 기억하지 못한다. 선거 종류도 많을 뿐만 아니라 후보 벽보 숫자만도 20 여장이 넘기 때문이다.
이번 선거부터 정당명부 비례대표제가 도입되면서 읍· 면· 동 별로 부착하는 선거벽보가 20 여장에 이르고 있어 주민들의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지난 98년 지방선거에서 10여장에 불과했던 후보자들의 선거벽보가 이번 선거에서는 배가 넘는 20여장에 달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주시 효자 4동의 경우 도지사 후보 3명, 시장 후보 2명, 도의원 후보 5명, 기초의원 후보 7명 그리고 비례대표 정당 6곳 등 모두 23장, 군산시 나운 1동의 경우도 시장 후보 7명, 도의원 후보 3명, 기초의원 후보 4명 등 모두 23장의 벽보가 붙어 있다.
이는 지난 98년 지방선거 때 효자 4동의 경우 도지사 후보 1명, 시장후보 1명, 도의원후보 2명, 기초의원 후보 2명 등 8장, 군산시 나운 1동은 시장 후보 4명, 도의원 후보 2명, 기초의원 후보 3명 등 10 장의 벽보가 붙었던 것에 비하면 2배 이상 불어난 수치이다.
이처럼 선거벽보가 크게 불어나자 각 시· 군 선관위도 이들 벽보를 붙일만한 곳을 찾지 못해 한동안 애를 태우기도 했다. 군산시의 경우 건물주 등이 벽보량이 너무 많다고 손사래치자 지난 2일까지 시내 425곳의 벽보 부착지역 중 90 여개 곳에 플라스틱 조립 벽보대를 설치하기도 했다.
이 같은 선거벽보 홍수는 선거철만 되면 나타나는 진풍경으로 자리잡았지만 출마자 수가 갈수록 증가하는 추세를 감안하면 보다 효율적인 후보자 홍보 방법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전주시 기초의원에 출마하는 한 후보자는 “후보자인 자신도 내 얼굴을 찾기 위해 한참 들여다볼 정도” 라며 “앞으로 지방선거가 활성화 될수록 출마자도 늘어날 텐데 구시대적인 선전벽보를 무작정 애용할 수 만은 없지 않냐” 고 말했다.
익산시 영등동에 사는 김영길씨(39)는 “벽보가 너무 많아 선거에 관심 있는 사람도 꼼꼼히 봐야 알 수 있는데 나처럼 별 관심 없는 사람은 벽보를 보고 더 헷갈리기만 한다”고 푸념했다.
/특별취재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