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도시 서울, 어떻게 만들 것인가/ 문화연대 공간환경위원회 지음/ 184쪽 1만원 시지락
605.52㎢의 면적에 1037만 3234명(2001년 기준)의 인구를 가진 거대도시 서울. 이들 ‘특별’시민에게 서울은 ‘살기 좋은 도시’인가. 서울시민이 아닌 많은 다른 이들에게 서울은 ‘살고 싶은 도시’인가.
살기 좋은 도시, 살고 싶은 도시란 한마디로 ‘문화도시’라는 것이 이 책의 설명이다. 단순히 ‘문화’ 더하기 ‘도시’가 아니라 도시 자체가 문화의 집적체일 때 진정한 문화도시가 된다는 분석이다. 저자는 문화도시를 △기본이 바로 선 도시 △고유한 자기정체성을 가진 도시 △공공성이 확장되고 보장되는 도시 △삶이 문화가 되는 도시 등으로 요약한다.
‘문화도시 서울’이라는 목표를 설정하고 어떤 식으로 공간을 변화시켜 가야 할지, 문화적 관점에서 어떻게 공간을 이해해야할지 등의 문제를 이 책은 체계적으로 제시했다. 서울은 동양의 고전적 도시가 가진 엄격성도, 서양 근대도시의 기하학적 미학도 없는 ‘탈형식적인 공간구조’라는 따끔한 지적도 곁들인다. 다양한 삶의 방식이 다채로운 공간을 통해 나타나고 있으나 무질서하게 배열된 혼돈의 공간일 뿐이라는 것이다.
옛 서울과 현대의 서울이 공존하는 지금의 상황에 질서를 부여하기만 하면 서울이 독특한 개성과 매력을 지닌 도시로 거듭날 가능성도 책은 배제하지 않는다. 일제 강점과 근대화 과정에서 파괴된 공간을 현대적으로 재구성하고, 거대화된 현대도시 서울의 조건을 고려해 새로운 생태적 원형을 부여, 이를 바탕으로 도시공간의 기본을 구축할 것을 제안했다.
역사성을 가진 도심을 보존해 문화도시를 만들기 위해서는 보다 적극적인 도시 계획이 필요하며, ‘서울의 원형 회복’이라는 장기적이고 거시적인 체계 아래 추진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단순히 도심 내 문화재 주변건물의 층수를 제한하는 것을 넘어 광화문을 중심으로 하는 동서축을 따라 북촌과 남촌을 구분해 도심 경관과 밀도를 합리적으로 계획 관리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4대문 안이라도 보행자가 우선되는 도시 구조로, 새로 건립중인 국립중앙박물관 앞을 한강과 연계된 열린 공간으로 만들고, 강북과 강남을 잇는 보행자 전용다리를 설치한다면 서울은 ‘살고 싶은 도시’가 될까.
지난해 ‘문화개혁을 위한 시민연대(문화연대)’가 서울 시정개발연구원의 위탁을 받아 수행한 연구의 결과물이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