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플레전트빌(Pleasantville·1998)이 전하는 메시지는 ‘마음을 열면 세상이 컬러로 보인다’는 것이다. ‘플레전트빌’의 사람들은 ‘흑백 사회’에 산다. 그러나, 점차 이 곳 사람들이 사랑 미움 질투 분노와 같은 자신의 감정에 솔직한 마음의 색깔을 갖기 시작하자, 이들의 입술, 옷도 하나씩 자기만의 ‘컬러’를 찾는다.
여기 ‘색깔 찾기’를 돕는 안내자가 있다. 자신이 속한 컬러를 알고, 그 컬러의 속성과 원칙, 주의점을 인지하고 대처할 때 삶이 ‘업그레이드’ 된다는 성균관대 시스템 경영 공학부 신완선 교수(43·사진). 7가지 무지개색으로 리더의 유형을 구분하고 색깔에 따른 성공 패턴을 제시한 ‘컬러 리더십’(더난출판)을 최근 펴냈다.
“우리나라는 대개 흑백논리로 대표되는 이분법적 사고에 휩싸여 있습니다. 저마다 가진 다양한 장점을 인정해 주지 않지요. 제가 제안하는 ‘컬러 리더십’은 모든 사람이 스스로 ‘주인’이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자기 자신의 강점 즉 컬러를 살려야지요. 스스로 리더가 돼야 사회가 바뀝니다.”
신 교수는 ‘리더십(leadership)’이 곧 ‘방향 설정’과 ‘추진력’으로 대표된다고 설명한다. 그는 이 두 가지를 색깔별로 본 7가지 리더의 유형으로 표현하자고 제안한다. 그의 ‘컬러 리더십 분류’에 따르면, 김대중 대통령은 파란색 지식형 슈퍼 리더, 김영삼 대통령은 주황색 브랜드 리더, 노태우 대통령은 노란색 사이드 리더다. 전두환 대통령은 초록색 파워 리더, 박정희 대통령은 남색 비전 리더.
“조금만 실수를 해도 금새 ‘나쁜 리더’가 되어 버리는 것이 우리 사회의 일반적인 양상입니다. 7가지 색깔을 모두 가진 ‘완벽한 리더’란 있을 수 없습니다. 박 대통령은 ‘비전’이, 전 대통령은 ‘파워’가, 노 대통령은 ‘같이 가려는 마음’이 ‘키워드’지요. 나쁜 점보다는 그 리더의 핵심 키워드를 인정해 주고 배우려는 자세가 중요합니다.”
지난 4일, 한국 축구는 48년만에 월드컵 첫 승리를 거뒀다. 대표팀을 이끄는 히딩크 감독의 리더쉽은 어떤 색깔일까.
“한국 대 폴란드 전을 보면서 히딩크의 색깔을 생각했지요. 그는 보라색 변혁적 리더가 분명합니다. 모든 것에서 가능성을 보는 리더이지요. ‘체력의 약세’가 한국 축구의 약점으로 지적돼 왔는데 지난 경기에서는 그 약하다는 체력이 강점으로 부각됐지요. 약점을 강점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히딩크가 혁신의 바람을 일으킨 것이죠.”
그는 ‘지도자가 될 사람은 따로 있다’라는 ‘보편적 사고’를 뒤집어 보라고 조언한다. “‘부모’인 사람들은 모두 가정에서 리더입니다. 모두 완벽한 사람들인가요? 어떤 부모는 ‘성실’에 가치를 두고 아이들을 양육합니다. 다른 부모는 ‘근면’에, 또는 ‘윤리’에 무게를 두지요. 다른 사람의 흉내를 내고, 자기 자신을 부정해서는 ‘좋은 리더’가 될 수 없지요. 자신의 컬러를 지키세요.”
‘완벽한 리더’가 되려 하지 말고, 확실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한두가지의 강점에 집중하라는 얘기다.
“‘흑백의 시대’가 아닌 ‘컬러의 시대’를 꿈꿉니다. 한 사람을 볼 때, 좋은 점을 더 많이 보고 긍정적으로 사고하는, 각양각색의 컬러가 저마다 자기색을 내며 아름답게 매칭되는 그런 컬러의 시대를요.”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