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들이여 말하라/마이클 H 로소브 지음 김정수 옮김/424쪽 1만2800원 시아출판사
1819년 러시아의 파비안느 반 벨링스하우젠에 의해 발견된 남극. 대륙 가운데 가장 늦게 발견된 이곳은 인간의 발이 닿은지 고작 180여년 밖에 안됐다. 정식으로 남극 극점에 도달한 이는 벨링스하우젠 이후 100여년이 지난 1911년 12월 14일에 극점에 깃대를 꽂은 노르웨이의 탐험가 아문젠이다. 한국은 1978년 남극 탐사를 시작해 88년 세종과학기지를 준공했다.
예측할 수 없는 날씨, 살을 에는 혹한, 가슴 밑바닥에서 올라오는 두려움에 맞서 남극을 딛은 이들의 발자국이 어찌 값지지 않으랴. 이 책은 땀과 눈물로 역사를 바꾼 ‘영웅’들이 전하는 메시지다. 1772년 제임스 쿡부터 1922년 어니스트 섀클턴까지 역사를 바꾼 남극 탐험가들의 도전정신을 펼쳐 보인다.
제임스 쿡은 1722년부터 53년간 남쪽 대륙을 찾아 고위도 지역을 돌았지만 끝내 남극을 발견하지 못했다. 그러나 예전에 남극 대륙으로 알려진 육지들이 남극 대륙의 일부가 아니라는 것을 밝혀내 남극 탐험의 초석이 되었다.
1914년 12월 5일, 탐험대원 28명이 승선한 인듀어런스호를 이끌고 남극을 향한 장엄한 여정을 시작했던 어니스트 섀클턴 경. 그는 자신의 걸작 ‘남극’에 이렇게 썼다.
“분명 탐험의 실제적 성과는 기록할 것이 없지만, 힘든 여정, 의지로 참아낸 나날들, 외로운 밤, 진기한 경험, 그 무엇보다도 우리 대원들의 불굴의 의지와 고귀한 충성심과 숭고한 희생정신은 헤아릴 수 없다.”
저자 마이클 로소브(캘리포니아 의과대학 임상학 교수)는 20년 전부터 남극의 역사와 야생 생물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연구해 온 ‘남극 마니아’.
그는 “6세 때 세계 지도 속의 미지의 세계에 대한 환상에 빠져들어, 그 머나먼 지역이 궁금했다. 1978년 어느날 서점에서 새로 발간된 엘리엇 포터의 멋진 화보집 ‘남극 대륙’을 발견하고 그 대륙이 발견되기까지 인류 역사에 극적이고 감동적인 인간의 이야기가 숨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밝히고 있다. 그런 ‘인간의 이야기’가 이 책에 담겼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