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소리를 찾아서/장해랑 지음/272쪽 20000원 한국방송출판
‘한번은 고향 내려간 길에 읍내를 둘러 본 적이 있다. 떠난 지 30년 가까운 데 놀랍게도 잊고 살았던 옛 기억들이 모두 생생했다. 콩서리와 오이 서리를 하던 밭, 막대기로 돌 사이를 쑤시며 피라미를 쫓아 다녔고 장마 뒤 수영하다 두 번이나 빠져 죽을 뻔 했던 하천, 비 온 뒤 미꾸라지 붕어를 잡던 도랑과 메뚜기를 쫓던 논둑 길, 허리춤에 도시락과 책을 싼 책보를 메고 덜그럭 소리를 내며 달리던 신작로…. 돌아 보면 분명, 배고프고 가난한 시절이었는데 그래도 그때는 아홉 동그라미 놀이를 하다 금 밟았네 안 밟았네 울면서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던 친구와, 순수한 동심이 있었다.’
저자 장해랑씨(KBS 교양국 부주간)는 한국의 아름다운 소리를 찾아 다니던 지난 1년이 행복했었다고 고백한다. 이 땅의 영상과 소리를 만나면서 잃어 버렸던 옛 기억들과 조우했다고 한다.
이 책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선호하는 한국적인 소리 100개를 골라 글과 사진으로 엮어낸 것이다.
‘사계’ ‘향토’ ‘울림’ ‘향수’ ‘생명’등 5부로 구성됐는데, 아름다운 소리와 영상을 함께 감상할 수 있도록 동영상 CD도 들어 있다.
‘사계’에는 고드름 낙수(落水)소리, 가시연꽃밭의 폭우소리, 싸리비로 낙엽 쓰는 소리, 갈대 부딪히는 소리, 눈보라 소리 등 사계절 자연의 숨결이 녹아있고, ‘향토’에는 달집 태우는 소리, 밭가는 소리, 시골장터 소리, 절구찧는 소리, 풍어제 소리등 고향의 소리가 담겨있다.
‘울림’은 에밀레종, 보신각종 등의 타종 소리나 가을바람에 흩날리는 풍경 소리처럼 마음을 위로하고 편안함을 가져다 주는 소리를 실었고, ‘추억’은 대장간 소리, 개울가 빨래 소리, 물레방아 소리 등 잊혀져가는 그리운 소리를 되살리고 있다.
둥지 떠난 새끼 제비 소리와 귀뚜라미 짝 찾는 소리, 남대천 연어 돌아오는 소리 등 진솔한 생명의 소리를 담아낸 ‘생명’ 편은 미세한 떨림과 큰 감동을 동시에 느끼게 한다.
이 책은 환경부가 주관한 ‘한국의 아름다운 소리 100선’ 선정 사업의 일환으로 만들어 졌다.
허문명 기자 angelhuh@donga.com